경제·금융 정책

[서경이 만난 사람]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이란 최대항만 공동 개발… 해운산업 돌파구로 활용하겠다

경제제재 해제 전부터 접촉… 선박검사 시장 등 다양한 기회

해운산업 구조조정 필요하지만 양대 선사체제 유지 필요해

어가 소득 2020년까지 도시근로자의 80%수준 끌어올릴것

[서경이 만난 사람]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1

"이란을 해운산업의 돌파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제재 해제가 임박했던 지난해부터 현지 최대 항만인 샤히드라자이항만 내에 있는 반다르아바스항의 공동개발을 위해 협의해왔습니다. 선박검사·해양플랜트 시장 등에서 생기는 다양한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과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만난 김영석(56·사진) 해양수산부 장관은 마치 철인 3종 경기의 마지막 코스인 마라톤만을 남긴 선수 같았다. 지난해 11월에 취임한 김 장관은 역대 네 번째 해수부 출신 장관이다. 김 장관은 공직에 입문한 후 32년간 해양수산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인터뷰 내내 보인 열정은 지난 경력들이 마치 철인 3종 경기의 막판 마라톤 코스를 뛰기 위한 수영과 사이클 경기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올해를 우리 해양수산업 부흥의 원년으로 꼽았다. 굳게 닫혀 있던 이란 시장이 열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우리 해양플랜트 수출길이 넓어진데다 마리나항 개발과 국적 크루즈선 취항을 통해 취약한 국내 해양레저산업의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장관은 "취임 후 부산항만청장과 청와대 비서관, 차관 등 30여년의 해양수산 분야 경험을 돌아보며 해수부가 나아가야 할 길과 장관으로서의 해야 할 일에 대한 얼개를 세웠다"면서 "그동안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해양수산업을 미래형 융복합산업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우리 해양수산업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도약하느냐, 침체한 채 늙어가는 산업으로 주저앉느냐가 올해 하기에 달렸다는 얘기다. 김 장관은 "취임 후 장관으로서 늙어가는 어촌과 해양산업을 탈바꿈시켜 경제활성화를 이뤄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전체 경제(GDP)의 6% 수준인 해양수산 분야 규모를 10%까지 높여 성장률이 떨어지는 우리 경제를 떠받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 시장 재입성을 두고 글로벌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해양 분야의 성과가 있나.

△서방의 이란 경제제재로 주요 해운업체들이 입항을 꺼릴 때 우리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을 이용해 수출했다. 미국이 눈치를 줄 때도 다른 나라 항구를 통해 내륙수송을 했다. 이 때문에 해양 분야에서 우리에 호의적이다. 경제제재 해제 전인 지난해부터 이란과 현지 항만들의 개발 타당성을 공동으로 조사하고 있다. 추가 협의를 통해 이란 항만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란 선박검사 시장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란은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80척과 유조선 10척 등 90척의 신조선 건조가 들어간다. 한국 선급이 이란 국영선사 선박검사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협의하고 있다. 이란 해양플랜트 시장은 기회다.

이란 석유 시추시설이 굉장히 노후화됐다. 플랜트를 교체하거나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사업에 우리 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커지는 현지 식음료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할랄 시장에 수출한 우리 참치 규모가 2,100만달러에 달한다. 할랄 인증을 받아 현지에 우리 참치와 연어 수출을 늘리겠다.

-취임 후 두 달이 지났다. 해양수산업의 중장기적인 정책 비전은 무엇인가.

△저는 공직자로서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해양수산 분야 정책을 짜는 최고의 위치에 온 만큼 온 힘을 다해 해양수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만들고 싶다. 더 이상 우리 해양수산업이 늙어서 찌들어가는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미래 해양수산 분야는 우리의 생각을 통째로 바꿔야 비전을 볼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들이 60세가 넘어가면 소득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일정 부분을 휴식과 레저에 투자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국내에서 머물 공간이 부족하다. 바다, 해양레저산업의 잠재력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앞으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봐야 한다. 지난해 중국인 90만명이 크루즈선을 타고 방문했다. 올해는 예약만 150만명이다. 해양레저산업 수요는 10%씩 늘어나는 게 아니라 50%, 100%씩 팍팍 뛰고 있다. 우리 어촌과 어항을 마리나, 더 크게는 크루즈와 연계해 그야말로 새로운 웰빙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크루즈선이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허용 문제를 두고 묶여 있다.

△국적 크루즈선은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지 않고 출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리나라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내국인의 카지노 입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를 가든, 마카오에서 가든 다 불법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행행위, 고가의 투기행위를 모두 단속하고 집행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유연성을 두는 것이다. 폐광지역특별법에 따라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강원랜드는 특별한 경우다. 국적 크루즈선과 관련해 계획 초안을 마련할 때도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허용 계획은 없었다. 부처 간 협의도 했고 청와대에서 조정을 마쳤다. 국적 크루즈선을 먼저 출범시키고 내국인 카지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 그 문제를 다시 논의해보자는 게 현재 해수부의 입장이다.

-해운업 구조조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양대 선사 체제 유지 입장은 변화가 없나.

△유지를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이 정확하다. 양대 선사는 우리 수출물량의 22%를 담당하고 있다. 어떤 사태나 위기 상황이 일어나도 우리 수출, 전략물자를 보낼 수 있는 곳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다. 그래서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봐야 한다.

최근 60년래에 이 같은 해운업 장기불황은 없었다. 1980년대에도 5년간 불황이 있었지만 지금은 2008년 이후 8년이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와 중국의 공룡 업체인 차이나코스코시핑 등 초대형 업체들은 대형선박을 발주하며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버티는 것만 해도 기특한 일이다.

-해수부의 업계 감싸 안기가 해운업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그런 해석은 곤란하다. 우리가 양대 선사를 유지할 테니 잘 견디라는 말은 아니다. 세계 최대 업체인 머스크도 최근 과잉 발주를 했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자(CEO)급 임원 두 명을 경질했다. 차이나코스코시핑도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연장선에서 현대와 한진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안 할 수 없다. 해야만 한다. 몇 년째 정책금융기관들도 노력해왔다. 언제까지 계속 지원하면 양대 선사와 정책금융기관 모두 부실해질 수 있다. 스스로 더 빠르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왔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괴로운 일이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이 더디면 지원은 더 어렵다. 위기의식을 가지라는 말이다.

-어촌 고령화로 수산업도 늙어간다. 취임 때 말한 어촌 소득증대에 대한 복안이 있나.

△현재 도시 근로자의 72% 수준인 어가 소득을 오는 2020년까지 80%로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 어가 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수산업의 부흥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어촌은 고령화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첨단 양식시설을 늘려갈 계획이다.

우선 대규모 수산물 생산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기자재와 천일염·젓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수산식품산업을 키우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7곳인 수출형 수산식품 거점단지를 2019년까지 전국에 8곳 더 추가할 예정이다. 국내 생산 기반이 마련된 김과 굴 등을 수출 유망품목으로 키우고 현재 시범 양식 중인 연어과 참다랑어 등 고급어종도 수출길을 터 어촌 경제가 활기를 띠게 하겠다.

He is …

△1959년 충남 아산 △1982년 경북대 행정학 △1998년 미 시러큐스대 행정학석사 △1998년 주영대사관 1등서기관 △2003년 대통령실 산업정책행정관 △2006년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국장 △2009년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 △2013년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2014년 해양수산부 차관 △2015년~ 해양수산부 장관



"잃어버린 해양강국 꿈 되찾자"… 10년만에 부활 프로젝트 가동

32년 해양수산 한우물… 차관시절 업무보고 대행 등 '준비된 장관'

"잃어버린 해양강국의 꿈을 되찾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습니다. 이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해양수산업은 개별 분야에서 최강, 최고, 최초라는 일을 계속 만들어가야 합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올해 초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혼을 기리는 현충사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김 장관은 '이순신 장군의 혼을 이어받아 세계 최고, 최강의 해양강국의 꿈을 이뤄내겠다'는 방명록을 남겼다. 김 장관은 자신을 '이상주의자'라고 칭했다. 그만큼 꿈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꿈을 높게 가져 나쁠 게 없다"며 "크게 잡은 목표를 실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장관은 해양수산정책과 관련한 식견이 누구보다 깊다. 해양개발과장과 대통령실 산업정책행정관, 해양수산부 차관 등을 역임하며 32년간 해양수산 한 우물을 팠다.

전임 이주영 장관의 정치권 복귀로 장관이 부재하던 지난해 초 업무보고도 차관으로서 직접 챙겼다. 이 때문에 장관에 오르기 전부터 그에게는 '준비된 장관'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유순한 충청도 말씨와 달리 김 장관은 해병대에서 장교로 복무한 강골이다. 해양정책국장이던 지난 2007년 남극 세종기지 시찰을 갔을 때 파견된 해경들의 만류에도 남극 바다에서 수영하는 기개를 보인 일화는 해수부 내에서 유명하다.

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해수부의 비전 세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2005년 우리가 10년 후에 세계 5대 해양강국이 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정부 때 해양수산부는 쪼개져 해양은 국토부로, 수산은 농림부로 흩어지며 1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다짐이 실현됐는지도 모르는 처지에 와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10년 전보다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우리의 목표도 커야 한다"며 "지난 10년간의 성과와 실책을 재조명해 각 분야에서 최고의 해양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세계수산대학을 국내에 유치하려고 한다. 우리 해양수산정책의 뿌리와 외연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남극과 북극 등 극지에서 근무한 사람들을 모아 그 노고를 표창하는 '극지인의 밤'도 연다.



/대담=김정곤 경제부 차장 mckids@sed.co.kr 정리=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관련기사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