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해운업계, 고(高)용선료보다 더 무서운 운임 하락

장기 불황 국면, 정부 지원 없이는 국적선사 도태 위기

국내 주요 해운사들이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 자산 매각부터 용선료(선박 임대료) 재협상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끝을 모르는 운임 하락에 노력의 빛이 바래고 있다. 올해 역시 선박 공급과잉이 유지돼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궁극적으로 운임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백약이 무효’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하이~유럽 간 컨테이너 운임은 TEU(6m 컨테이너 1개)당 620달러로 지난 2014년보다 47%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노선 운임도 25% 떨어졌다.

특히 해운업계 성수기로 꼽히는 3·4분기에도 운임이 바닥을 맴돌며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현실은 해운사 실적에 그대로 이어졌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3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4년보다 53.7% 증가한 실적을 내놓았지만 분기 기준으로 따져볼 때는 1·4분기 1,550억원, 2·4분기 592억원, 3·4분기 107억원, 4·4분기 -1,880억원으로 점점 나빠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4·4분기에는 적자가 대폭 늘며 1~3분기에 거둔 이익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르면 오는 12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현대상선 역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컨테이너선 중심의 사업 구조가 비슷한 한진해운보다 지난해 1~3분기 내내 실적이 더 나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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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2013년 말 자구안을 발표한 뒤 비핵심 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선대 개편과 노선 합리화 등 원가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여왔으며 최근에는 수익성을 좀먹는 고(高)용선료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2일 현대증권과 부산신항만터미널·벌크전용선을 팔고 현정은 회장의 사재까지 내놓는 2차 자구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해운사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흑자를 내기 어려워지며 갖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세계 컨테이너물동량은 지난해보다 4.2% 증가한 1억8,300만TEU로 예상됐지만 선박 공급도 4.6% 증가하고 1만2,000TEU급 이상 대형선박은 26% 늘며 공급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지난달 중국 춘제를 앞둔 물동량 증가로 운임이 오르는 ‘반짝 특수’도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나 당장 올해 1·4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위원은 “버티는 자가 이기는 싸움”이라며 “세계 1위 머스크까지 덴마크 정부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시장 논리만으로는 국내 해운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만큼 확실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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