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을까.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잇따라 통보함에 따라 탄도미사일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군 당국은 북한이 사거리 1만3,000여㎞에 달하는 로켓 추진체를 개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서 미국 본토 서부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다. 지난 2012년 12월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은하 3호 로켓의 최대 사거리가 약 1만㎞로 추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사거리를 늘려나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1970년대 후반 장거리 로켓 개발에 착수해 1980년대에는 사거리 300~500㎞의 스커드미사일, 1990년대에는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을 잇따라 선보였다.
2000년대에는 사거리 3,000㎞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노동-B)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이후 사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09년 4월 은하 2호 로켓 발사 때는 1, 2단 분리에 성공해 3,800㎞를 비행했다. 2012년 4월에 발사한 은하 3호는 발사 1~2분 뒤 공중에서 폭발했지만 같은 해 12월에 발사된 은하 3-2호는 1~2단 추진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돼 조악한 수준의 인공위성이 위성 궤도에 올랐다. 당시 인공위성의 무게(추정치)가 약 100㎏. 이번에 발사될 장거리 로켓은 약 500㎏의 인공위성을 적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핵탄두 소형화의 기준 역시 500㎏ 안팎이라고 볼 때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핵을 투발할 수 있는 운반수단을 갖춰나가고 있는 상태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욱이 북한이 최근 개발에 열을 올리는 잠수함발사미사일(SLBM)과 추진체를 결합할 경우 탐지가 어려운 바다 밑에 숨어서 불시에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몇 가지 의문점은 남는다. 우선 추진체의 성능이 의문이다. 3단 액체추진체를 사용하며 2012년 12월 발사에 성공한 은하3-2호의 1단은 노동-B 4개, 2단은 노동-B 1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단 로켓으로 단일추진체를 사용하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보다 추진체 기술이 떨어진다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로켓 유도제어기술과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했는지에는 더욱더 의문부호가 찍혀진다.
특히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저항과 고열, 엄청난 회전속도을 견디려면 정밀소재는 물론 레이더를 이용한 초정밀 삭마(削磨)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선진 몇 개국만 보유만 기술이다.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탄두가 설령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하는 경우라도 정확도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구소련과 러시아가 보유하는 핵탄두의 위력이 미국에 비해 훨씬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대신 근처만 맞아도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인데 일본은 역설적으로 북한 탄도탄의 부정확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추진시스템·유도조정장치·탄두·재진입체로 구성되는데 북한은 추진시스템만 발전시켰을 가능성이 높으며 추진체 기술도 완벽한 수준은 아니라고 압축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어떤 경우는 위협이다. ICBM뿐 아니라 고도의 정밀기술을 크게 요하지 않는 600여기의 스커드와 200여기의 노동미사일 등 약 2,000여기의 중단거리 탄도탄이 머리 위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