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북핵 해법 첫 단추는 중국

김현수 국제부 차장

지난 2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웃음은 4시간도 채 가지 않았다. 4차 핵실험과 달리 이미 예상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발표지만 타이밍이 미묘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발표는 가뜩이나 미국의 대북 제재 압박에 복잡한 중국의 속내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의 불편함이 미국이나 우리와 같지 않다. 중국은 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상황보다 북한이 중국의 국제적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이 더 불편하다. 중국 정부는 4차 핵실험에 미사일까지 북한의 막가파식 행동이 중국의 무른 대응 때문이라는 미국과 한국의 비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미국과 대등한 주요2개국(G2)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은 미국과 한국의 비판에 "책임 전가"라고 받아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평화 협정을 거부한 미국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은 문제를 만든 당사자도 해결의 열쇠를 쥔 나라도 아니다"라는 중국 외교부의 언급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국은 4차 핵실험에 이어지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어차피 4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미사일 발사를 한다고 해 달라질 것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중국이 꺼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한국에서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점은 심기를 건드린다. 사드가 자국을 포위 압박하는 미국의 계책이라고 여기는 중국에 사드에 대한 한국의 이런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 이후 쌓아놓은 한중 간의 신뢰를 한꺼번에 허물 수도 있는 변수다.

과연 중국은 미사일 발사 후 머뭇거리고 있는 대북 제재에 한 발 더 나아갈까.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되는 대북 제재안에 찬성표를 던질까. 중국 내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이 중국의 국익을 훼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붕괴해 대규모 난민이 동북 3성에 유입되고 주한미군이 북한에 주둔해 G2가 서로 국경을 마주하는 것은 중국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이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리는 적대 관계도 원치 않는다. 대북 송유관 차단은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영원한 관계 단절과 적대 관계 전환'이라는 치명적 위험성을 지닌 위험한 도박이다. 특히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은 중국에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로 작용한다. 한미일 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은 북한을 내치기 어렵다. 벌써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핵실험 후 중국이 북한 체제를 흔들지 않고 아프게 하는 수준의 대북 제재를 고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한반도 문제는 국익이 걸린 문제다. 국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먼저 나서 북한에 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국익이 가장 우선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계에 달한 압박도 의도적 무시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포괄적인 대화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3년 동안 쌓아놓은 한중 관계의 신뢰를 해치지 않는 가운데 중국과 협조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자칫 중국에 대한 자극으로 한미일 대 북중의 대립 구도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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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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