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KOREA INTERVIEW | 박진규 에넥스 부회장

“정성껏 만든 가구로 고객감동 선사

세계 5대 가구업체 도약 꿈꾼다”

박진규 에넥스 부회장. 그는 에넥스가 적자를 벗어나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전 임직원과 대리점, 협력업체의 노력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박진규 에넥스 부회장. 그는 에넥스가 적자를 벗어나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전 임직원과 대리점, 협력업체의 노력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에넥스가 출시한 주방가구 신제품 ‘갤럭시 플래티늄.에넥스가 출시한 주방가구 신제품 ‘갤럭시 플래티늄.


에넥스 인테리어 직매장 모습.에넥스 인테리어 직매장 모습.


에넥스 황간 공장 내부 모습.에넥스 황간 공장 내부 모습.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2016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에넥스는 주방가구업체 ‘오리표 싱크’에서 출발해 종합가구업체로 성장했다. 2008년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에넥스가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내며 부활하고 있다. 박진규 대표이사 부회장을 만나 에넥스의 경영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오리표 싱크’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오리표 싱크’는 1971년 우리나라 최초로 부엌 가구를 만든 회사다. 이후 ‘오리표 싱크’는 주방가구 전문 업체로 크게 성장했다. 1992년엔 회사 이름을 ‘에넥스’로 바꿨다.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 강남역 사거리 안쪽에 위치한 에넥스 본사에서 박진규 에넥스 부회장을 만났다. 그가 안내한 방은 소박하기 그지 없었다. 국내 유수 가구회사 부회장 집무실을 차지하고 있는 가구는 나무로 만든 낡은 책상과 탁자, 책장이 전부였다. 박 부회장은 말한다. “창업주이신 박유재 회장(박진규 부회장의 부친)께선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이십니다. 회사 성장에 필요한 투자 외에는 허투루 돈을 쓰지 않습니다.”

에넥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2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업주 박유재 회장은 110억 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했다. 임직원과 협력업체는 72억 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에넥스는 숨통을 틀 수 있었다. 2012년엔 101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2013년엔 흑자로 반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에넥스는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2014년 매출액 2,619억 원, 당기순이익 50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2,381억 원, 당기순이익 80억 원을 달성했다.

박진규 에넥스 부회장은 1986년 회사에 입사해 2003년부터 중국법인 이내스주구유한공사 사장을 역임한 뒤 2010년 에넥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어려운 시기에 대표이사를 맡은 그는 회사를 재도약의 길로 이끌고 있다. 그는 에넥스가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전 임직원과 대리점, 협력업체의 노력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2020년 매출액 1조 원 목표

에넥스의 호실적 배경은 전 사업부의 고른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주방 사업부, 특판 사업부, 오펠라(OFELLA) 사업부, 온라인 사업부 등이 모두 높은 매출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에넥스는 과거 팀 단위로 되어 있던 인테리어 및 사무가구, 온라인 부문을 2015년 1월부터 사업부제(책임사업부제)로 확대 개편했다. 전문성을 높여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박 부회장은 말한다. “독립채산제 형식의 사업부제로 조직을 개편했어요. 확실한 목표와 책임을 부여하는 동시에 성과에 따른 보상도 약속했죠. 이런 성과 중심의 조직개편 덕분에 실적이 상승했다고 봅니다.”

특히 스마트 영업부(새로운 주방제품 브랜드 ‘스마트’의 영업 담당부서)가 매출 성장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지난해 초 스마트 영업부는 디자인을 차별화해 에넥스 본사 영업사원들만 판매할 수 있는 ‘뉴스마트(스마트 브랜드의 새로운 제품)’를 출시했다. 에넥스 본사 소속 영업사원들은 인테리어 전문 업체들을 상대로 ‘뉴스마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동일한 제품으로 대리점주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했던 과거 영업 행태를 개선한 것이다. 덕분에 대리점주들의 수익성도 좋아졌고 본사 영업사원들의 실적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온라인몰인 ‘에넥스몰(mall.enex.co.kr)’을 리뉴얼하고 싱글가구(1인 가정용 가구), 반려 동물용 가구, 리클라이너 소파(recliner sofa · 등받이가 기울어지는 휴식용 안락의자) 등 세분화 된 신제품을 출시해 고객을 끌어 모았다. 반려 동물용 가구는 종합 가구회사 최초로 선보인 것으로, 온라인몰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판 사업부는 재건축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 분양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이어갔다. 이는 에넥스가 세운 회사 비전과 맞물려 있다.

박 부회장은 2020년 회사 목표를 매출액 1조 원으로 잡고 있다. 그는 과거 주방가구 위주였던 에넥스 제품군을 인테리어 가구, 사무용 가구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종합가구회사로 키우려 하고 한다. 이를 위해 에넥스는 건설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특판 사업 비중을 줄이고, 개인 고객 대상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13년 기준 70%에 달했던 특판 사업 비중이 현재 50%까지 떨어졌다. 에넥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채워줬던 건설사들이 금융위기 이후 줄줄이 부도를 내며 동반부실에 빠졌던 아픈 경험도 특판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는 이유로 작용했다. 에넥스는 앞으로도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 ·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말한다. “앞으로도 히트제품 개발, 영업역량 강화, 마케팅 등에 힘쓸 생각입니다. 현재도 매년 30억 원 가량을 제품개발에 투자해 전체 제품 수의 20%인 20여 종의 신제품을 해마다 내놓고 있어요. 그 밖에도 다양한 유통망을 발굴해 나갈 계획입니다.”

제품군·유통망 지속적 확대

현재 에넥스는 전국에 직영점 17개, 판매 대리점 140개를 운영 중이다. 박 부회장은 신규 유통망을 확대 · 재정비해 공백 상권을 없앤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올해 에넥스는 직영점을 25개 이상으로, 판매 대리점은 17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에넥스는 지난해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연면적 400㎡의 인테리어 가구 전용 직영점을 열었다. 같은 해 2월 문을 연 서울 중곡점에 이어 두 번째로 낸 매장이다. 그전까지 인테리어 가구 직영점은 2011년 문을 연 서울 논현동 1호점이 유일했다. 인테리어 가구 직영점 확대는 부엌가구 전문업체에서 명실상부한 종합 가구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시도와 맞물려 있다.

에넥스는 지난해 말 인테리어 가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제품군 확대 방안으로 메모리폼(복원력이 뛰어난 고밀도 저탄성 소재) 매트리스 브랜드 ‘에스코지’도 론칭했다. 매트리스의 모든 소재를 메모리폼을 비롯한 기능성 폼으로 만들었다. 일반 메모리폼과 달리 물로 씻어도 될 만큼 폼의 구조가 안정적이다. 비교적 습도가 높은 한국 기후를 고려한 것으로, 자는 동안 덥거나 땀이 차지 않아 쾌적하고 매트리스 위생을 유지하는 데도 좋다.


박 부회장이 말한다. “에넥스 제품군을 확대하는 과정입니다.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뒤 다양한 제품들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겁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선 중저가 온라인 전용상품 개발과 유통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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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넥스는 온라인 판매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넘었다. 온라인 쇼핑몰 ‘에넥스몰’ 역시 2020년 매출 1조 원 달성을 위한 무기 중 하나다. 현재 에넥스는 모바일 쇼핑앱도 개발한 상태다.

실적이 개선되고 새로운 사업이 늘면서 직원도 늘었다. 에넥스는 2012년 90여명을 구조조정했다. 당시 직원 수는 420명에서 330명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현재는 480여 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15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에넥스는 특히 영업인력을 확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 부회장이 말한다. “현재 영업 전문인력이 90명 가량 되는데 2020년 매출 1조 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한 3배는 되어야 합니다. 회사가 크려면 인력이 갖춰져야 해요. 하루 아침에 잘 훈련된 인력을 채용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미리 선발해 육성하려고 합니다.”

에넥스는 인재 양성을 통한 조직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채용 후는 물론 현업 배치 뒤에도 주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원과학대와 신입사원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대학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신입사원들을 직영점과 대리점에 배치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넥스는 ‘일 · 학습병행제’를 시행하면서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1년에 120여 명을 교육시키고 있다. 박 부회장은 말한다. “한국생산성본부, 한국표준협회, 한국능률협회 등을 통해 마케팅, 판매, 인사관리, 조직관리, 상담, 생산성 향상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공부를 시키고 있어요.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따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8시에 시작하는데, 업무역량과 기타 개선사항에 대해 토론하고 학습을 합니다.”

‘인간 중심의 제품’ 추구

에넥스가 생각하는 가구 업계에선 합리적인 가격, 세련된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에넥스가 생각하는 가구는 무엇보다 사용하는 사람이 편안한 ‘인간 중심의 제품’을 의미한다. 그래서 모든 가구의 설계 및 디자인 과정에서 고객을 만족시킬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위생, 환경, 디자인, 색상, 기능 등 모든 요소에 고객만족의 제품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에넥스가 가진 무기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품질, 서비스다. 박 부회장은 에넥스가 1992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6면 UV(자외선) 도장(塗裝) 기법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목재의 6면 전체에 도료를 부어 이음새를 없애고 자외선으로 구웠어요. 본드로 시트를 붙인 주방가구는 양념이나 기름이 튈 수 있고, 시트 이음새에 물이 들어가면 목재가 부풀어 갈라질 뿐만 아니라 오염물이 묻어도 잘 안 지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오래 사용하기 어렵죠. 에넥스가 만든 제품 품질은 수입가구와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입니다.”

에넥스는 현재 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새집증후군을 일으키지 않게 물로 만든 친환경 도료 ‘워터본’을 개발했다. 또 친환경 접착제와 자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주문 직후 제작에 들어가는 ‘주문생산 시스템’ 또한 에넥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주문 즉시 생산하지 않고 미리 만들어 놓은 자재로 제품을 만들면 같은 색상이라도 미세한 차이가 생기고 품질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말한다. “처음엔 소비자들이 수입 주방가구에 호기심을 가질지 몰라도 결국은 에넥스를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품질만큼은 자신이 있으니까요.”

박 부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2010년은 에넥스가 위기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당시 그는 대리점주와 협력업체들을 직접 만나 ‘믿고 기다려달라’고 설득을 해야 했다. 취임 초기 1년간 아침 일찍 본사로 출근해 결재 업무를 처리한 뒤 곧바로 대리점과 매장을 돌았다는 박 부회장은 지금도 여전히 전국 대리점을 돌며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3일에 하루 꼴로는 꼭 영업 현장을 찾고 있다. 또 분기마다 전국의 대리 점주, 협력사들과 모임도 갖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책상 위에 올라온 보고서 몇 장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걸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대리점주들과 이야기하고 고객들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경영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직접 현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그가 찾는 현장에선 간혹 재미난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했다. 몇 년 전엔 지방의 한 대리점주가 “1억 원 이상 매출을 몇 달째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금반지 하나 해 달라”며 선물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그때 박 부회장은 흔쾌히 금반지를 전달했다.

박 부회장은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회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니까 대리 점주들이 자발적으로 ‘매출을 얼마 하겠다’고 먼저 약속을 했어요.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해보자고 달려드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 지금까지의 가장 큰 경영 성과라고 생각해요. 이를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게 과제입니다.”

BS+5P+AS 경영방식 눈길

에넥스는 ‘BS+5P+AS’라는 고객감동 경영 지침을 가지고 있다. BS(Before Service)는 기획, 생산, 설치 등 고객에게 가기 직전까지의 단계를 말한다. 5P는 제품, 가격, 장소, 프로모션, 사람(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People)을 뜻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AS(After Service)는 시공 이후 사후관리를 꼼꼼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가 두렵지 않다고도 말했다. “국내 소비 자들은 디자인과 품질, 서비스를 모두 고려해요. 세심하게 배려 받기를 원합니다. 이케아가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는 있지만 에넥스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3일 배송’ 시스템도 이케아와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죠.”

에넥스는 지난해 11월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제41회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국가품질혁신상(고객만족 부문)’을 수상했다. 박 부회장은 “에넥스가 그간 고객가치 향 상을 목표로 서비스와 품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것 같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말한다. “에넥스는 가구를 판매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정성껏 만든 가구를 통해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는 장인정신을 40년 넘게 이어가고 있어요. 신제품 개발, 신규 유통망 확대, 서비스 강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세계 5대 가구기업’으로 도약할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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