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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명소인 탑골공원 뒷편 낙원상가 인근에 위치한 고령자친화기업 '추억더하기'. 지난 4일 정오 무렵 찾은 이 카페의 LP판이 켜켜이 쌓인 음악 부스에서는 60대 DJ가 추억의 옛 가요를 내보내고 있었다. 70대 점원들은 도시락과 잔치국수를 서빙하기에 바빴다. 홀 서빙 직원인 라정자(76)씨는 "일을 하기 전에는 주로 노인문화센터 등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삶이 무료했다"며 "하지만 여기서 일을 하고부터는 성취감이 느껴졌고 일주일이 1~2번 가던 병원도 가지 않게 될 만큼 건강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가 총 2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지난 2013년 설립된 추억더하기의 김은주(42) 대표는 "총 19명의 직원 가운데 1명을 제외한 모두가 60, 70대 분들"이라며 "대부분의 노인들은 젊은이보다 더 믿음이 갈 뿐 아니라 성실하게 일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국비 3,907억원, 지방비 3,650억원 등 총 7,55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해보다 5만개가 증가한 38만7,000개의 노인 일자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중 고령자친화기업 등 만 60세 이상 노인의 민간 취업 지원 대상자 수는 지난 해(3만8,000명)보다 4만7,000명 늘어난 8만5,000명으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민간이 직원의 70% 이상을 노인으로 채용하는 고령자친화기업을 설립하면 최대 3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노인을 인턴으로 채용할 경우 근로자 1명당 최장 6개월간 임금의 50%(월 최대 45만원)를 보조해준다.
저소득 고령 노인들의 지역 공헌활동 지원도 확대된다. 올해는 대상자수(30만2,000명)가 지난 해(29만9,000명)보다 3,000명 늘어난다. 공익활동 사업(26만2,000명)에 참여하는 기초연금수급자들에게는 월 20만원을, 재능나눔 사업(4만명)에 참가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월 10만원을 활동비로 지급한다.
노인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지원은 노인 개인과 기업을 물론 우리 사회에도 이로운 점이 많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 단적인 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의 연간 의료비 지출액은 일하기 전보다 54만5,994원이 감소했다.
이동욱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노인 일자리 창출로 생산인구 감소 및 노인빈곤 문제 해소, 건보 재정 절감 등 세마리 이상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며 "독일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고령자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