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해리 포터의 귀환


집안에 냉기가 너무 심했다. 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며 글도 쓰고 싶었다. 한 '싱글맘'이 제부(弟夫)가 운영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카페를 찾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커피를 부탁한 후 지쳐 잠들어 있는 딸을 유모차에 태운 채 글을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몇 해 전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떠올랐던 신기한 이야기들이 원고지에 술술 풀려나왔다. 그렇게 쓰인 8만여 자를 다시 구식타자기로 한자 한자 쳐 내려갔다. 마법으로 전 세계를 홀린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이렇게 탄생했다.

해리 포터의 등장은 기존 상식을 철저히 파괴했다. 여성 작가의 판타지 소설은 성공 못한다는 착각도, 아동도서는 돈벌이가 안 된다는 속설도 악의 화신 볼드모트에 맞서는 해리 포터와 그의 친구들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완벽한 계산서를 요구하는 미국 출판사가 신출내기 여성 아동작가에게 10만달러라는 거액의 선인세를 내놓는 이변도 연출했다.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머글(muggle·마법을 못하는 사람)'이 2003년 옥스퍼드영어사전에 등재되는가 하면 영화·뮤지컬·게임·팝캐스트도 마법에 매료됐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부터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들(Harry Potter the Deathly Hallows)'이 책과 영화로 나올 때까지 15년간 세계는 근심을 잊고 '해리 포터 앓이'에 빠져들었다.

끝난 줄 알았던 해리 포터 시리즈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모양이다. 롤링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초연될 신작 연극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Harry Potter the Cursed Child)'의 대본이 7월31일 시리즈 8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생활고에 마음 편할 날 없는 서민들에게 해리 포터가 위안을 줄 수 있을까. 롤링은 "세상을 바꾸는 데 마법은 필요 없다"고 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마법이 필요해 보인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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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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