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러시아와 우주분야 협력 대폭 확대해야

2020년 우주강국 꿈꾸는 韓… 재정·행정지원 등 여건 열악


최근 3년간 러시아를 여섯 번 방문하면서 '우주개발 선진국인 러시아와 우주 분야의 학술교류협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3년 전만 해도 우주인을 22명이나 배출한 모스크바 항공대학의 로켓엔진학과 교수들을 만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여름 한·러수교 25년을 기념해 열린 '한·러 과학기술학술대회'에서 우주 분야가 주요 분야로 채택되고 그곳에서 필자가 한·러우주협력방안에 대한 기조연설을 했을 당시 러시아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졌다. 접근 불가능에 가까웠던 로켓엔진학과 교수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고 그 이후 한국과 국제공동연구를 희망한다는 일곱 가지 주제를 제안 받았다.

최근 한국연구재단은 러시아와의 '양자 연구교류지원사업'으로 과학기술 전 분야를 통틀어 4개 주제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연간 예산이 연구주제당 2,000만원이어서 4년 전 지원금의 반토막 수준이다. 연간 2,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투입되는데 그 예산의 0.1% 정도씩만 투입돼도 러시아의 선진우주기술을 보유한 전문가와의 학술교류 및 국제공동연구가 가능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협력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실제 기술협력이 그리 녹록지 않다. 대학을 통한 교류협력이 저렴하게 러시아 우주기술을 배워올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우주기술력은 국가위상과 자주국방에 직결된다. 현대전쟁을 5차원(5D) 전쟁이라고 하는데 육해공 3차원에 더해서 우주·사이버전쟁이 포함된다. 지난 2일 열린 제4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파괴하는 '4D 작전계획' 수립을 공식 천명했다. 여기서 '4D'는 방어(Defence)·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를 뜻한다. 한미 양국은 핵과 화생탄두를 포함한 북한 미사일의 위협에 대한 방어 계획을 수립하고 유사시 이를 탐지·추적·파괴하는 '동맹의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개념 및 원칙(4D 작전개념)'의 이행지침을 승인했다고 한다. 5차원 전쟁에서 '4D 작전계획'이 성공하려면 우주작전 능력의 확보는 기본이지만 우리 국군은 미군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우주작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이 연일 뉴스의 화제다. 고도의 전문영역이지만 이제 평범한 국민이라도 KF-X 사업의 4대 핵심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 설명할 지경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방위사업 분야 기술을 협의하기 위한 방산기술 전략·협력체를 만들기로 했다는데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협력체를 통하더라도 KF-X 사업 핵심기술 이전은 불가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협력체를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핵심기술이 이전되거나 기술개발이 쉽게 될 리가 만무하다. 항공우주 기술은 국가의 전략기술자산이라서 절대 쉽게 이전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산업기술보호나 전략물자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기초부터 차근차근 개발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1988년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자국의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우주강국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발사체독립국인 것이다. 그런 이스라엘 정부에는 '과학기술우주부'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에는 '과학기술'이 포함된 정부 부처가 없다. 그나마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을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우주'를 포함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우주 분야는 미래부 거대공공정책관 산하의 일부에서 담당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중장기계획'의 비전으로 독자적 우주개발 능력 강화를 통한 국가위상 제고 및 국가경제발전에 기여를 내세우며 2020년 우주개발 경쟁력을 세계 7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선진 우주강국과 비교해 부족한 현재의 행정·재정 상태에서 산·학·연·관·군 협력뿐만 아니라 국제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허환일 서울경제 객원기자·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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