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국도 'R의 공포'

"금융시장 혼란, 실물경제 덮칠 것" 경고음

고용·부동산 등 지표 호조에도 금융 불안에 위험자산 회피

소비·기업투자 위축 부르면 침체 우려 '자기 실현' 가능성

소방수 중앙銀 정책도 제한적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올해 안에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유령이 출몰할 것이라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소비·고용·부동산 지표는 호조세를 보이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와 강달러, 국제유가 추락의 여파로 제조업, 기업 이익 등이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은행발 금융시장 혼란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악화될 경우 기업투자·소비마저 둔화되는 등 실물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5일(현지시간) 미 시장조사 업체 코너스톤매크로에 따르면 대출 연체율과 가계소득 등 실물경제지표를 감안한 미 경기침체 확률은 28%였다. 또 증시와 회사채 수익률로 추정한 경기침체 가능성은 50%에 달했다. 연초부터 미 증시 폭락 등의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경기침체의 전조라는 것이다.

미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투자펀드에서도 지난해 11월 이후 200억달러 이상이 순유출됐다. 반면 같은 기간 미 국채투자펀드에는 150억달러가 밀려들면서 수익률이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도 앞으로 1년 내 미국 경기침체를 전망한 응답자는 전체의 21%로 1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나아가 최근 금융시장 요동이 단순히 경기둔화 불안감을 반영한다는 차원을 넘어 실물경제에 직접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WSJ는 "경기회복 확신이 떨어지면 소비가 줄면서 기업이익 감소와 해고로 이어진다"며 "금융불안이 기업 투자와 고용에 영향을 주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자기실현(self-fulfilling)'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에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에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보인 바 있다.

더구나 과거 위기진화의 소방수였던 중앙은행이 오히려 금융불안을 키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유럽 시중은행 주가 추락, 일본 경기침체 우려를 촉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WSJ는 "시장 하락, 경제심리 악화, 경기둔화는 상호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정책수단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악재가 산적한 마당에 미 경제만 나홀로 회복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인드라 누이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경기둔화에다 브라질ㆍ중동의 정치불안, 중국의 위안화 가치 급락 등 지난 수십년간 이번처럼 복합적인 역풍이 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이 석달째 감소하는 등 미 경제 사이클을 주도하는 제조업에 경고음이 켜진 상황이다. 과거에도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산업생산부터 둔화됐다.

다만 미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지만 전면적인 징후 또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일단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 1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1월 실업률도 4.9%로 하락하는 등 노동시장도 호조세다. 또 증시보다 미 가계소비에 영향을 더 미치는 주택 시장도 견조한 편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아네타 마코스카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는 회복주기상 (정점이 아닌) 3분의2 지점에 도달한 상태로 죽기에는 아직 젊다"며 "올해 4ㆍ4분기 이전에 침체될 가능성은 겨우 2% 정도"라고 말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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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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