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국회에 발목… 거래소 개혁 골든타임 놓치나

지주사 전환 담은 자본시장법안 여야 정쟁에 무산 위기

또 2~3년간 시간 허비땐 '亞금융허브 도약' 더 멀어질판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글로벌 거래소로 도약하겠다는 한국거래소의 야심 찬 꿈이 날개도 펴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야 간 정쟁 속에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사장될 처지에 놓이자 금융투자업계는 2월 임시국회에서 법 통과가 무산돼 법안이 폐기될 경우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이 뒷걸음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오전 법안심사 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주요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사실상 2월 국회의 마지막 법안소위지만 정무위는 거래소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등 기존 3개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여전히 여야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처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기국회는 물론 연말 임시국회에서도 여야는 별 이견도 없는 사안을 놓고 총선의 유불리만 따져 거래소 개혁안을 보류한 바 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거래소 개편안은 이번에 처리하지 않기로 여당과 합의했다"며 "거래소가 보유한 예탁원의 지분 정리 방안과 부산에 본사를 두는 조항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8일 정무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오는 23일 예정된 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 처리도 어렵게 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3월 임시국회는 여의치 않아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에 놓이게 된다. 법안이 폐기되면 6월께 20대 국회 원 구성 이후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내년에는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연내 지주사 전환을 통한 기업공개(IPO)를 구상 중인 거래소로서는 또 2~3년의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목이 잡히면서 거래소의 올해 비전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당장 지주사 전환과 IPO 추진에 초점을 맞춰 수립했던 올해 사업계획도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의원들과 부산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숱하게 서울 여의도 국회와 부산 본사를 오가며 동분서주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분투도 빛이 바래게 됐다.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면 한국 자본시장이 아시아 금융 허브로 도약할 기회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주요 거래소들은 이미 2000년대 중반까지 지주사 전환과 IPO를 마무리하고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2000년 IPO에 나선 홍콩거래소는 2012년 세계 최대 금속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를 인수한 데 이어 중국과 교차거래를 통해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최 이사장은 "해외 거래소에 비해 구조개편이 10년 이상 뒤처진 상황에서 더 지연될 경우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거래소가 해외 무대로 나가지 못한 채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는 동안 글로벌 거래소들과의 격차는 갈수록 커져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5%로 싱가포르(35%)나 홍콩(24%)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자본시장 인프라의 선진화를 위해 필수적인 법안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휘말려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한국적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무위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일부 금융투자 규제 관련 법안은 통과시키기로 했다. 공매도 물량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한 뒤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과 부동산 펀드 운용 규제를 리츠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여야가 합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담겼다. /김현상·지민구기자 kim01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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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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