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한식 소스… 프리미엄 짬뽕라면… 혁신제품은 불황에도 먹혔다

<1> 고정관념을 깨라


CJ '고기·생선요리 양념장' 대상 '나물 소스' 등

쿡방 열풍에 매출 급성장… 수출 효자상품 부상도

"한끼 때우기 아닌 고급스러움 갖춘 식사" 강조

농심 '짜왕' 오뚜기 '진짬뽕' 비싸도 인기 폭발


경기불황과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식품 업계는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혁신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포화된 시장과 치열한 경쟁에 맞서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제품을 선보이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불황에도 혁신제품은 통한다'는 명제가 식품 업계를 강타하면서 영원한 화두인 한식 세계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식품 업계가 주목하는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는 소스다. 기존에는 요리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틈새상품에 불과했지만 먹방·쿡방 등 요리방송 열풍으로 이제는 K푸드의 조연에서 주연 자리를 넘볼 정도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식 소스를 찾는 외국인이 늘고 주요 식품 업체들이 편의성을 높인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머지않아 소스는 식품 업계의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 업계의 차세대 격전지로 부상한 소스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용량·다양화·편의성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거나 줄이는 노력도 뒤따른다. 한식 소스의 대표주자인 CJ제일제당은 '백설 요리 양념장'으로 승부를 걸었다. 기존 양념장이 유리병에 담겨 있던 것과 달리 이 제품은 150g 용량의 파우치 포장으로 차별화했다. 별도의 소스나 재료 없이도 간편하게 고기와 생선요리를 완성할 수 있어 20~30대 고객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대상은 업계 최초로 나물 무침 전용 브랜드 '나물&엔'을 내놓았다. 천일염·볶음참깨·마늘·생강 등이 들어 있어 누구나 쉽게 나물 반찬을 만들 수 있다. 이마트의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도 지난 2014년 첫 출시 당시 15종이었던 한식 소스를 최근 36종으로 늘렸다. 나물 무침 간장소스와 쇠고기 국간장소스 등 요리별로 세분화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70% 늘었고 최근에도 월평균 20%씩 고성장 중이다. 이주은 CJ제일제당 백설팀장은 "가정에서 요리하는 가구가 늘면서 과거 소스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고기 양념소스 비중이 절반 이하로 줄고 찌개·볶음·조림 등 시장이 다변화했다"고 말했다.

한식 소스의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7년 5,631만달러였던 국산 소스(드레싱 포함)의 해외 수출액은 2014년 78.5% 늘어난 1억50만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김진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장은 "외식 기업이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진출하면서 소스 수출도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제품은 불황을 뛰어넘는다'는 법칙은 라면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성장 정체에 빠진 라면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프리미엄 짜장·짬뽕라면이 그 주인공. 농심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짜왕'은 프리미엄 짜장라면 시장을 열면서 일약 라면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어 오뚜기·삼양·팔도가 가세하면서 프리미엄 짜장라면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일반 라면에 비해 두 배 정도 비싸지만 기존 라면과 맛에서 차별화했다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프리미엄 짬뽕라면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첫 주자인 오뚜기의 '진짬뽕'은 출시 50여일 만에 1,000만개가 팔렸고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맛짬뽕'을 출시한 농심 역시 새로운 라면의 신화를 써가며 신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라면 시장에서 이들 제품이 히트를 친 것은 '가치소비'를 연계한 마케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이 아니라 고급스러움을 갖춘 어엿한 식사라는 점을 강조한 것.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짜장·짬뽕라면이 과거 반짝 인기를 얻고 사그라들었던 '꼬꼬면'과 달리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는 프리미엄 짜장·짬뽕라면의 해외 수출도 본격화하면서 라면이 K푸드의 또 다른 전략상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식품유통연감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은 2013년 2조1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지만 2014년 1조9,7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프리미엄 라면 열풍으로 전년보다 1.6% 늘어난 2조16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2조원대로 진입했다. 라면 업계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는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식품 업계는 전통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혔지만 불황일수록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경쟁력을 갖춘 제품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라며 "혁신제품에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접목한다면 내수가 아닌 해외시장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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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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