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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 대출이 저축은행 업계의 과제였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간 아무리 채근해도 저축은행이 좀처럼 중금리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들어 정부는 중금리 대출 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시중은행은 물론 새로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개인간(P2P)대출 등 다른 업권을 통해 중금리를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금리 대출 시장이라는 고유의 먹거리가 다른 업권의 손에 넘어갈 지경에 이르도록 저축은행이 손을 놓고 있었던 이유는 물론 의지가 약했던 탓도 있지만 규제에 따른 고비용 구조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발목이 묶여 있는 탓에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제 역할 찾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핵심적인 건전성 규제 부분이 빠지면서 반쪽짜리 장려책에 그치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은 중금리 대출에 한해 저축은행의 지역 의무 대출 비중 규제를 완화했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저축은행의 경우 50%는 수도권에서, 지방 저축은행은 40%를 반드시 해당 지역에 대출해야 한다. 정부의 완화 방안은 중금리 대출일 경우 저축은행 소재 지역이면 금액의 150%를, 다른 지역이어도 50%를 지역 의무 대출 비율로 간주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이보다 건전성 규제 완화가 보다 효과적인 정책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중금리 대출을 비롯한 신용대출에서 4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하면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 5단계 중 네 번째 단계인 '회수 의문'으로 분류, 대출금의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반면 은행의 경우 같은 조건이라도 충당금을 20%만 쌓으면 된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 같은 건전성 기준이 과도하다며 중금리 대출에 한해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예를 들어 3개월 연체가 일어난 중금리 대출의 평균 회수율이 40%라고 가정할 때 대출금액의 40%에 대해서는 20%만 충당금을 쌓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75%를 쌓는 식이다.
최근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이 까다로운 건전성 기준에도 불구하고 중금리 대출을 내놓고는 있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편견에 막혀 광고를 하는 데도 애로를 겪고 있다. 대부업과 같은 광고 규제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 상품 광고도 이미지만으로, 그것도 오후10시 이후에만 방영할 수 있다. 한 예로 SBI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사이다'는 금리나 한도 등에 대한 대출 안내 문구도 없이 이미지 광고만 할 뿐인데도 광고 시간 규제를 받는다. 우리은행이 중금리 대출 플랫폼인 위비뱅크 광고를 시간에 구애 없이 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캐피털사 신용대출의 경우 등급에 따라 20%가 넘는 금리를 받는데도 아무런 규제 없이 광고를 할 수 있다"며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광고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