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4개국 생산동결 합의에도… 머나먼 유가회복

감축 아닌 동결… 효과 제한적

WTI 1.36%·브렌트유 3.62% ↓

이란 등 다른 산유국 증산 고수… 러시아 합의이행 어길 가능성

국제유가 균형 회복 시간 걸릴 듯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카타르·베네수엘라 등 4개 산유국이 원유생산량 동결에 합의했지만 국제유가의 하락세를 멈추지는 못했다. 합의 내용이 산유량 감축이 아니라 동결에 그쳤고 이란 등 다른 원유생산국들이 증산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의 균형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3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1.36% 떨어진 배럴당 29.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런던 ICE선물시장의 4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3.62% 내린 배럴당 32.18달러에 마감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4개 산유국이 이날 원유생산량 동결에 합의하면서 WTI가 장중 한때 31.53달러, 브렌트유는 35달러까지 올랐지만 합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면서 '반짝 상승'에 그친 것이다.

4개 산유국 간 합의에도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합의 결과가 감축이 아닌 동결이라는 점이다. 4개 원유생산국들은 지난 1월 수준에서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4개국의 1월 산유량은 하루 평균 2,375만배럴로 전 세계 원유생산량의 25%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치다. 특히 러시아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1,088만배럴로 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사우디 산유량도 하루 평균 1,000만배럴을 웃돌았다. WSJ는 "이 수준에서는 산유량이 동결되더라도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를 고려했을 때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란처럼 이번 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다른 나라들이 증산을 고수하는 것도 문제다. 4개국의 동결 합의 발표 직후 비잔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자국 사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는 이란이 타당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밝혀 증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합의를 지역 경쟁국인 사우디가 공급과잉의 책임을 이란에 돌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란이 4개국과 함께 산유량을 동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 관계자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제르바이잔은 대형 산유국이 아니므로 감산이나 동결한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 없을 것"이라며 생산량 동결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러시아가 합의이행 과정에서 약속을 어길 가능성도 있다. 합의 발표 후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별도의 논평을 통해 "4개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는 다른 원유생산국들이 이번 합의에 동참할 때만 유효하다는 조건이 붙는다"고 밝혔다. 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다른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릴 경우 러시아는 산유량 동결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FT는 "러시아가 과거에도 석유수출국기가(OPEC)와의 감산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며 "이 때문에 다른 산유국들의 의심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의 기록적 저유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셰일업계가 원유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WSJ는 지금은 미 셰일 업계가 생산량을 줄이는 상황이지만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다시 산유량을 늘릴 것이라며 이 경우 4개 산유국들의 동결 합의가 효과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밑도는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원유업체 3개 중 1개가 올해 안에 파산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존 잉글랜드 연구원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전 세계 석유 탐사 및 생산 업체들의 35%가량인 175개 기업의 연내 파산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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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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