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게임산업 규제 푼다는 정부, 矯角殺牛 더는 없어야

게임산업은 '게임 한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수출효자 분야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콘텐츠 수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6.4%에 달한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만도 약 30억달러로 각각 3억3,000만여달러인 방송이나 음악보다 10배나 많다. '뽀로로' 등 캐릭터 수출도 5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게임산업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졌다.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규제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셧다운제, 웹보드게임 규제 등이 그 산물이다.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합세해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낙인찍을 정도였다.

2009년 3만개에 이르던 게임사는 2014년 1만4,000개로 절반 이상 줄었고 게임산업 종사자 수도 같은 기간 9만여명에서 8만명대로 주저앉았다. 2012년 10조원에 육박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하던 온라인게임 시장은 2013년 성장세가 꺾이더니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운 격이다. 한국 게임산업의 위상이 추락하는 사이 외국계의 시장잠식은 눈이 부실 정도다. 특히 텐센트를 위시한 중국 게임의 공세는 거세기만 하다. 자본투자, 인수합병(M&A) 등으로 국내 업체를 야금야금 삼키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인력과 아이디어의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 게임 개발자 수백명이 파격적 조건을 제시한 중국 모바일게임사로 이직했다.

게임산업에 적신호가 켜진 것을 깨달았는지 정부가 19일 게임산업을 살리겠다며 이런저런 육성책을 내놓았다. 웹보드게임 규제를 완화하고 가상현실(VR) 게임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게 골자다. 규제 수위를 높여가던 정부가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계획대로 추진돼 제2의 게임산업 부흥기가 오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갑자기 또 어떤 '창의적' 규제가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의 문화콘텐츠·산업적 가치를 무시한 채 중독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접근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또다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한다면 게임 한류의 부활은커녕 남은 불씨마저 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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