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안타까운 남·북·러 물류협력 중단

임장혁 이탈리아계 물류기업 패리지그룹 이사


지난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불과 한 달 사이를 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이제 북한은 우리나라에 대한 핵 위협의 수준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커다란 해악이 되고 있다. 지난해 남북 간 교역액이 27억1,349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러한 안보 위협상황에서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은 더 이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남아 있는 경제협력이라야 개성공단이 유일했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유입자금의 핵·미사일 개발 전용이 근거가 돼 전격 폐쇄됐다. 지난 2013년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160여일 동안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때 입주기업들이 1조566억원의 손실을 입었기에 이번 피해액도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로 십 수년간 공들여왔고 통일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남북 물류협력 역시 헛물만 켜게 됐다. 2007년 남·북한이 공동 서명한 '10·4 남북 정상선언'과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남·북한 물류협력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현 정부는 남·북한 철도 물류협력이 근간인 유라시아이니셔티브를 통일 기반사업으로 확정했으며 러시아발 수입품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 간 54㎞ 구간을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다시 화물선에 옮겨 실어 국내로 운송하는 복합물류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초강경 대북 독자제재 방침에 따라 본 계약 체결은 물론이고 프로젝트 자체가 잠정 중단됐다. 이 같은 물류협력 중단이 안타까운 이유는 독일 통일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인적·물적 교류는 통일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동·서독은 지속적인 인적·물적 교류를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통일 40년 전부터 동·서독의 평화적 합의에 따라 서독이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동·서베를린 간 인적·물적 교류를 주도했다. 둘째, 1951년 '동·서베를린 운송협정'을 통해 통행세를 내고 서독 차량이 동베를린을 경유할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동·서독 이산가족 상봉의 장이 마련됐다.

셋째, 1980년에는 서독 정부가 연간 5,000만마르크를 일괄 지불해 서독 국민이 별도 통행세 없이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동·서독의 경우와 달리 유라시아이니셔티브나 남북 물류협력의 근원적 한계는 우리 정부가 아무리 물류협력을 계획한다고 해도 북한의 분명한 변화와 협력의지 없이는 그 어떤 발전적인 협력형태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 접어들면서 북한도 물류를 외화 획득사업으로 인식하고 적극 확대 중이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진정한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남북 물류협력이 가능하고 이를 통한 상생의 가치가 확대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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