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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이세돌 9단과 또 다른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기술이 맞붙는 바둑 대국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며 바둑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이 9단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아직은 기술보다 사람의 창의력이 더 우세하다는 주장이다.
오는 3월9일 이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 '알파고'의 바둑 대전을 앞두고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 승리를 다짐할 예정이다. 대국은 9일을 1국으로 2국(10일), 3국(12일), 4국(13일), 5국(15일) 순으로 이뤄진다.
알파고의 객관적인 실력은 아직 국내 바둑 연구생 수준이라는 평가다. 바둑 연구생은 만 18세 이하의 아마추어 기사를 말한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대국 5번을 모두 이겼다. 하지만 판후이의 기보를 보면 국내 연구생 수준이라는 것이 바둑계의 중론이다. 박승철 7단은 "판후이가 유럽 챔피언이기는 하지만 기보를 보면 국내 연구생 지망생보다 실력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굳이 랭킹으로 따지면 1,000위권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바둑 스타일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박 7단은 "알파고의 단점은 고지식하게 바둑을 두고 외워서 바둑을 두는 느낌"이라며 "컴퓨터답게 장점은 단기적인 수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라고 바둑 스타일을 '정석'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 9단은 세계적으로도 창의성을 바탕으로 대국을 풀어가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는 압도적으로 수를 읽고 묘수와 잔수로 상대방을 흔든다. 정석대로 바둑을 두는 알파고의 우위에 설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아직 인간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구글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는 지난달 28일 간담회에서 "인간은 하나만 배워도 다른 지식에 응용할 수 있는 효율성이 있는데 인공지능은 아직 그러지 못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3월 대국의 핵심은 알파고가 그간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에 달려 있다. 알파고의 최근 기보를 보면 아직 국내 연구생 수준이지만 실력은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는 '가상 이세돌'을 상대로 하루 24시간 내내 바둑을 24판씩 연습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알파고의 비공개 대국이 지난해 12월에 열렸으니 3월 대국까지 2,200여판 정도 연습을 하는 꼴이다. 일반 연구생이 하루 3판 정도 연습을 한다고 봤을 때 8배가량 연습량이 더 많다.
박 7단은 "지난해 10월 기보와 비공개로 진행된 12월 기보를 보면 알파고의 실력이 많이 발전한 것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12월 수준으로 봐도 아직 국내에서 입단도 하기 힘든 실력"이라며 조심스럽게 이 9단의 승리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