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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7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는 갤럭시S6보다 70%가량 빨라졌고 그래픽처리장치(GPU)도 60% 빨라졌습니다."
삼성전자가 새 간판급 스마트폰인 갤럭시S7 시리즈를 처음 공개한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CCIB)에서 대중 앞에 데뷔한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은 불과 1년 전에 나온 전작보다 비약적으로 도약한 신제품의 성능을 40여분의 행사시간 동안 격정적으로 설명해나갔다. 그는 "삼성은 모바일기기의 한계를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경계까지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번 신제품이 현존 스마트폰 중 최고의 제품이라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
고 사장의 갤럭시S7 예찬론은 애플의 아이폰을 넘겠다는 데뷔 일성으로 해석됐다. 바통을 이어받아 행사 진행에 나선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상품전략 수석부사장도 최신형 아이폰 제품들 및 갤럭시S7으로 황혼 무렵의 동일 장면을 찍은 사진을 직접 보여주면서 두 제품의 카메라 성능 차이를 눈앞에서 확인시켜줬다. 비교화면 속에 나온 사진들을 보면 아이폰으로 찍은 것에서는 초점이 다소 흐릿하고 명암과 색감이 어둡고 밋밋하게 나온 반면 갤럭시S7으로 찍은 장면에서는 초점이 또렷하고 화면 속 인물 등의 피부색이 풍성하고 생생하게 살아나 있었다. 데니슨 수석부사장은 갤럭시S7에 장착된 카메라의 이미지센서에 대해 "화소가 아이폰6s플러스보다 30% 더 크다"고 이 같은 촬영성능 차이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의 이미지센서는 디지털일안방사식카메라(DSLR)와 같은 전문가용 카메라보다 작아 빛의 양이 적은 곳에서는 사진이 어둑어둑하게 찍히곤 하는데 갤럭시S7은 화소 수를 대폭 늘려 이미지센서의 크기를 키움으로써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실제로 행사 후 체험코너에 들러 시제품으로 촬영해보니 어두운 구석에서 얼굴을 찍어도 사진 속 인물 표정과 피부색이 화사하게 살아났다. 이번 갤럭시 신작에는 자체 대화면의 광원을 활용해 찍는 셀피 플래시 기능이 구현됐는데 이는 애플 아이폰6s에서부터 도입된 일명 '레티나 플래시'와 견줄 수 있는 기능이었다. 갤럭시S7 카메라의 또 다른 백미는 동영상과 광각 파노라마 촬영을 결합시킨 것이다. 넓게 펼쳐진 광경을 카메라의 한정된 촬영 각도 내에서 조금씩 수평 이동시켜 이어붙이기 식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완성시키면서 중간에 인물이 배경 속을 거니는 장면을 연출해 동영상을 찍은 뒤 결합시켰더니 마치 정지된 시간 속의 여행자를 보는 듯한 특수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기기의 디자인 역시 아이폰을 저격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시원스럽게 넓은 5인치대 대화면은 4인치대의 작은 아이폰 화면의 답답함과 차별화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기존의 주요 갤럭시S 시리즈부터 내세웠던 장점이다. 물론 5인치대로 크기가 커지면 한 손으로 쥐기가 쉽지 않다. 이를 갤럭시S7엣지는 디자인의 혁신으로 극복했다. 기기 앞면과 뒷면 가장자리를 유리재질을 휘어 넣는 '커브드 글라스' 공법으로 처리해 손에 쥘 때 착 달라붙는 편안함을 줬다.
외장 기기와의 연결 확장성 역시 삼성전자 갤럭시S7의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기어VR 등 가상현실(VR)장비들과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VR 관련 액세서리가 미흡한 애플사 제품군과 비교할 때 우위를 제공할 것이라는 게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함께 출시한 '기어360'은 전후 상하 좌우를 간편하게 찍어 기어VR로 시청할 수 있게 고안됐는데 여기에 갤럭시S7이 더해지면서 삼성전자는 VR 시장을 선도할 3각편대를 확보하게 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자체의 기기적 진화는 점점 완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앞으로의 경쟁은 스마트폰 자체보다는 이를 기반(플랫폼)으로 하는 액세서리 기기나 콘텐츠가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스마트폰 등에만 주력하는 애플보다 다양한 가전통신기기를 섭렵하며 제휴 파트너를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신제품 공개행사에서 VR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연사로 참석해 고 사장을 응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바르셀로나=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