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내부의 그렉시트

높은 법인세 감당 못해 脫그리스 기업 급증

세율 29%… 1만곳 이전 추정

높은 법인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리스를 떠나는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진짜 '그렉시트(Grexit)'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본래 그렉시트는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의미하지만 기업들이 그리스를 떠나는 또 다른 의미의 그렉시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세금 압박으로 그리스 기업들이 주변국인 불가리아·키프로스·알바니아 등지로 떠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확한 수치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그리스 회계사들과 법조인·기업가 등에 따르면 그리스 기업 1만개가 해외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리스 지역사업촉진단체 '인데버 그리스(Endeavor Greece)'가 최근 300개 그리스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분의1가량이 그리스를 떠났거나 앞으로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리스의 제과점 체인업체 '베네티스' 역시 국내가 아닌 해외 지점 신설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테네 회계사인 파나요티스 판테리스는 "다른 나라로 이전하려는 그리스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몇 주간 주변국 관계자들을 만나느라 바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리스를 떠나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은 그리스의 높은 법인세 때문이다. 그리스 법인세는 지난 2012년 20%에서 2015년 29%로 올랐다. 이는 주변국인 불가리아(10%), 키프로스(12.5%), 알바니아(1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앞서 그리스 채권단 중 국제통화기금(IMF)은 법인세 인상이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결국 그리스의 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그리스는 재정확충을 위해 결국 법인세 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그리스와 함께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이었던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는 법인세를 낮춰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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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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