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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9번째 행성을 찾아라

태양 빛을 가려 검게 보이는 ‘9번째 행성’ 상상도태양 빛을 가려 검게 보이는 ‘9번째 행성’ 상상도


명왕성을 대체할 ‘제9의 행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1846년 해왕성 발견 이후 170년 만에 처음으로 발견된 새 행성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의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Mike Brown) 교수와 콘스탄틴 바티긴(Konstantin Batygin)교수가 외태양계에서 기묘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보다 약 500배 먼 궤도를 도는 관측되지 않은 행성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브라운 교수와 콘스탄틴 바티긴 교수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천문학 저널’에 “명왕성 너머에 새로운 9번째 행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칼텍 연구진은 “제9의 행성, 일명 ‘플래닛 나인’(Planet Nine)의 크기는 지구보다 5~10배 클 것으로 보인다”며 “태양계 8번째 행성인 해왕성보다는 작은 ‘미니 해왕성’으로, 중심에는 바위 재질의 암반이 자리하고 두꺼운 대기층과 옅은 가스층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전 주기는 1만~2만 년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6개의 천체가 한  쪽으로 몰려 있는 것은 9번째 거대 행성이 존재해야  만 설명이 가능하다.나머지 6개의 천체가 한 쪽으로 몰려 있는 것은 9번째 거대 행성이 존재해야 만 설명이 가능하다.


얼음에 싸인 카이퍼대 천체들의 기묘한 배치가 새 행성 존재의 증거다. 우리 태양계에서 명왕성보다 멀리 있는 천체들에 대해서 면밀하게 궤도 운동을 조사해보니 한쪽으로 몰려 있었다. 반대쪽에 뭔가 있지 않으면 행성들이 한쪽으로 몰려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거대 행성이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 논문이 주장하는 바이다.


연구진은 “망원경으로 관찰한 6개의 작은 천체가 같은 각도로 타원형의 궤도를 그리고 있는 게 확인됐다”며 “이렇게 될 확률은 1만 4,000분의 1에 불과한 만큼 여러 정황상 명왕성 바깥에 거대 행성이 있음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논문에서 두 교수는 태양계 바깥 쪽에서 작은 천체 여러 개가 특정한 어떤 궤도를 그리며 움직이고 있고, 이는 거대한 행성이 가지고 있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나타난 현상이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작은 천체들이 그리는 궤도가 ‘제9의 행성’에 의한 중력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카이퍼대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 천체들은 우리 태양계의 멀고 어두운 곳들에 퍼져 있다. 10년 전 이들의 존재가 발견되어서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마이클 브라운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태양계 ‘9번째 행성’의 궤도를 설명하고 있다.마이클 브라운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태양계 ‘9번째 행성’의 궤도를 설명하고 있다.


마이클 브라운 교수는 명왕성을 9번째 행성에서 쫓아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명왕성 궤도 바깥에서 명왕성보다 약 30%나 큰 ‘에리스’라는 천체를 발견한 그는 “명왕성이 행성으로 부르기엔 너무 작고 궤도가 틀어져 있다”면서 “명왕성을 행성으로 부른다면 주변 천체도 모두 행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명왕성의 퇴출을 이끌었다. 결국 1930년 발견 이래 9번째 행성으로 인정받아온 명왕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의 행성 분류법이 바뀜에 따라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됐다.

이 때 국제천문연맹에서 어떻게 행성을 정의하느냐에 대한 논의를 거쳐 3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 번째는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달처럼 지구 주위나 어느 행성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태양 주위를 직접 돌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 모양을 둥그렇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고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나 화성이나 목성은 생김새가 다 둥그렇지만 작은 소행성들은 모양이 울퉁불퉁하다. 크기가 너무 작고 자체 중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중요한 기준이 천체가 자기 궤도 주변에 있는 다른 천체들을 다 쓸어 그 궤도에서는 자기 혼자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3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행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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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이 행성은 천체 망원경이나 다른 시각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관측되지 않았다. 이 행성이 아직 실제로 관측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 추가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이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9번째 태양계 행성을 두고 천문학계에서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니스의 코트다쥐르 천문대의 행성 과학자인 알레산드로 모르비델리(Alessandro Morbidelli)는 “두 과학자가 제시한 자료는 9번째 행성이 있다는 더욱 확실한 증거”라면서 “6개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할 다른 대체 주장은 없다”고 연구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미항공우주국(NASA) 의 짐 그린(Jim Green) 연구원은 논문을 언급하며 “일명 플래닛X라 불리는 새로운 행성이 존재한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천체물리학자 엔단 시겔(Ethan Siegel) 역시 “(논문에서 언급한) 증거는 충분히 믿을 만 한가라고 물었을 때 아직은 한참 멀었다고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방에도 불구하고 지구 밖에서 생명을 찾는 사람들에겐 9번째 행성이 기쁜 소식을 전해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 동안 과학자들은 태양계 밖의 행성, 다른 별 주위를 도는 행성들을 수천 개 발견했다. 이 중 상당수가 지구보다 최고 10배 이상 큰 ‘수퍼 지구(Super Earth)’들이다. 지금까지 우리 태양계에 수퍼 지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퍼 지구를 닮은 9번째 행성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우리 태양계는 우리가 다른 곳에서 발견한 다른 항성계와 더 비슷한 곳이란 뜻이 된다. 그리고 우리 태양계가 그 다지 특별하지 않은 곳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생명이 탄생했을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추측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그래서 9번째 행성이 갖는 존재 이유는 더욱 특별해진다.

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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