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김종인의 '광폭 행보' 종착점, 킹이냐 킹메이커냐

당 대북노선 발언 등 막강 영향력… 김현종 등 영입, 당 장악 의지도

與 일각선 대선주자 급으로 분류… 비대위 대표 마치면 킹메이커 염두

비례대표 출마설… 가능성 부인안해

친노 "살신성인해야…" 강력 반발 20대 총선 결과가 운명 가를 듯

모두 발언하는 김종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 왜 들어왔나."

"문재인 도와주러 왔다. 제1야당이 무너지는 걸 보기가 좀 그랬다. 나이가 많지만 아직까지는 일을 수행할 건강은 남아 있다고 판단해 합류했다."

"4·13 총선 이후 계획은."

"나보고 팽 당할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나 본데 걱정 마라. 나는 내 할 일 하고 나면 알아서 집에 간다. 그러니 팽이라는 말은 내게 안 통한다. 뭘 계속하려고 하는 사람이나 팽이지 나는 아니다. 내 나이가 몇인 줄 아나. 내가 60대 초반만 됐어도 뭐를 좀 하고 싶었을 거다. (버니 샌더스도 있지않나) 난 샌더스보다도 한 살 많다."

지난 16일 김종인(사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 돼 김 대표의 얘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는 22일 총선 비례대표 출마설과 관련해 '당내에서 비례대표 출마 요구가 구체화되면 응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글쎄요"라면서 "제가 여기서 단도직입적으로 '뭘 하겠다' '안 하겠다' 이런 말을 드릴 수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비례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박지원 의원은 "김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비례의원이 된다는 것을 가정할 때 총선 후에도 '집에 가지 않고' 당에 현역 의원으로 남아 무엇을 하겠다는 얘기일까.

한 정치 전문가는 이 대목에서 김 대표의 정치역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여당과 야당을 번갈아서 네 번씩이나 비례대표로만 의원을 한 사람이다. 이런 인물이 몇 달 하고 집에 가려고 야당 비대위 대표를 맡을 이유가 없다. 본인이 킹이 되거나 적어도 킹메이커가 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전두환 정부 당시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두 번, 노태우 정부 당시 민자당 전국구로 한 번, 노무현 정부 당시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한 번 등 총 4선을 한 의원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 여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를 차기 대권 주자로도 분류했다. 하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 대표의 모습을 보면 문재인 의원보다 인기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우클릭한 한국의 샌더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킹'이 아니라도 총선 후 당 지도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강력한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김 대표는 인재영입과 공천을 통해서도 당 장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이 그 예다. 아울러 측근인 박영선 의원을 열심히 지원하고 있다. 김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고도 김 대표가 밀려나지 않았느냐"며 "총선 이후 김 대표가 당 주류로부터 토사구팽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다른 측근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총선 이후 구상은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며 "하늘만이 아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표 비례대표 얘기가 나오자마자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범친노의 A 의원은 "나이도 많으신 분이 살신성인하겠다고 하셔야지 어떻게 또 비례의원으로 나서겠다고 하느냐"며 "공천 심사에서 다선 의원들도 쳐내겠다고 하면서 본인은 비례의원을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며 "제1야당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킹이 됐든, 킹메이커가 됐든 김 대표가 부상하기 위해서는 20대 총선의 선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 대표는 현재 더민주 의석 수인 109석을 목표로 정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만약 더민주가 목표 의석 이상을 얻는다면 김 대표가 비례로 가도 크게 욕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 의석 설정 등 모든 것들이 계산된 행보라는 뉘앙스다.

◇약력




△중앙고 △한국외대 독일어학 △독일 뮌스터대 경제학 석·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건국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국민은행 이사장 △보건사회부 장관(노태우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노태우 정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겸 선거대책위원장


/박형윤기자 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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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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