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불황을 이기는 길 융합이 답이다] 단순 기술결합땐 '노키아 전철'… 스마트홈, 창조적 융합으로 승부를

<3> 스마트홈 '노키아의 함정' 피해라

스마트폰 OS경쟁서 밀려 노키아 10년도 안돼 몰락

스마트홈 잇단 신제품 불구 연결·효율성 여전히 미흡

경쟁력 핵심은 생태계 선점… 소비자 유인할 제품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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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삼(가운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생활가전박람회(CES) 2016'에서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적용된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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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모델들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스마트씽큐'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LG전자


1865년 북유럽의 소국(小國) 핀란드에서 창립한 노키아는 2000년대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르렀고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0여년간 휴대폰 제왕의 자리를 지켰다.

영원할 듯했던 노키아의 성공 신화는 채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불어닥친 스마트폰 바람을 주도하지 못한 탓이다. 노키아 역시 터치스크린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애플 및 구글, 삼성전자 등과 경쟁했지만 끝내 경쟁선상에서 밀려났다. 2006년부터 휴대폰 판매량이 급감하더니 2011년에는 결국 휴대폰 사업을 통째로 마이크로소트프(MS)에 팔며 모바일 단말기 시장에서 쓸쓸히 물러났다.

세계 초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던 노키아가 불과 4~5년 만에 2류 기업으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업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졌던 초기 운영체제(OS) 선점 경쟁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노키아가 자체 OS인 심비안을 세계 표준으로 내세워 제품을 내놓았지만 편리성과 호환성에서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밀려 영영 복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접근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휴대폰에 터치스크린을 더하는 식의 1차원적인 접근에 머물렀을 뿐 왜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소비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키아는 최고 기술을 1대1로 덧붙이는 데 집중했을 뿐 창조적 융합에 실패했다"며 "소비자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고 몰락한 제조기업으로 경영 교과서에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10년 전 노키아가 밟았던 전철을 가전업체들이 다시 한 번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노키아의 함정'이다.

특히 가전업체의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 받는 '스마트홈'에서 과거와 비슷한 흐름이 발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16'에서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국내외 굴지의 가전업체들은 앞다퉈 스마트홈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패밀리 허브' 냉장고는 냉장고를 스마트홈의 허브로 삼아 주목을 받았다. 냉장고 도어에 21.5인치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날씨 정보를 얻고 가족간의 메모와 일정을 공유하는 한편 TV나 오디오 같은 가전기기도 냉장고 앞에서 모두 제어 할 수 있게 했다. 또 냉장고 안에 3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식품 보관과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 기기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한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으며 패밀리 허브 냉장고는 IoT 가전 중심에 TV가 아닌 냉장고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참신성을 인정받았다.

LG전자는 일종의 IoT 연결 기기인 '스마트씽큐(SmartThingQ) 허브'를 선보였다. 스마트씽큐 허브는 스마트씽큐 센서와 연동해 스마트 가전은 물론 스마트 기능이 없는 일반 가전 작품의 작동 상태를 허브의 화면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보여준다. 스마트홈의 높은 문턱을 낮추는 일종의 중계기기인 셈이다. 이밖에 일본 소니와 중국 하이센스·창홍·스카이워스 등 주요 업체들도 다양한 스마트홈 기반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놀라운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가전업체들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은 맞지만 스마트홈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홈 시장에서 점차 살 만한 제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며 "어떤 업체가 더 높은 연결성과 효율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스마트홈 업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홈 시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IoT 기술에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성장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이폰의 사례에서 보듯 결국 경쟁력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시장 생태계 선점이라는 얘기다. 아무리 성능이 높은 제품을 만들어도 서로 호환이 되지 않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효용성이 떨어지고 결국 가격이 비싼 IoT 기반 스마트홈 가전을 멀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자업계에서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통신방식의 IoT보다 기존 이동통신망에 적용 가능한 NB(NarrowBand·협대역)-IoT 표준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학무 미래애셋증권 연구원은 "삼성과 LG 모두 가정 내에서 독립적인 스마트홈 서버를 운영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 모두 NB-IoT 도입과 더불어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를 제공해 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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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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