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대한민국과 함께 한 기업가들의 선택-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


에세이를 마무리하면서 글이 주는 감성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 나는 1945년에 태어났으니 그야말로 조국의 광복과 함께 세상의 빛을 본 해방둥이다. 해방은 우리에게 감격이자 자유였다. 그리고 해방은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선택하고 책임진다는 또 다른 의미이기도 했다. 이때부터 우리는 역사의 갈림길에서 매번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중 기업가인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의 선택은 자유시장경제였다. 소위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당시 자본주의는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매우 낯설고 불안한 제도였다. 우선 치열한 경쟁논리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빈부격차는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리고 각자 지닌 차이를 받아들이고 선택한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만 하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제도였다. 반면 사회주의경제는 능력껏 일하고 똑같이 나누는 것을 표방하기 때문에 이타적인 제도처럼 보였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에 대한 상대적 적대감은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극렬했으며 그것은 들불처럼 번져 전 세계를 붉게 물들일 기세였다. 이런 분위기는 해방을 맞은 우리나라 백성들에게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1948년 8월15일 고난의 길을 선택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헌법질서로 하는 국가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유로이 사업을 하고 싶었던 북의 장사꾼과 기업가들은 남으로 왔다. 그 대표적 인물이 정주영·박승복·허창성이다. 그리고 70년이 지났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 남과 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차이를 넘어 기적의 신화를 만든 이들은 이병철·정주영·박태준과 같은 선배들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의 운명이 끊어질 듯 이어지던 그 아슬아슬한 시절에 이들이 한 시대에 살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대란이 있었지만 이건희·정몽구·구본무와 같은 이들이 기적을 지키고 이어갔다. 기적을 이은 이들은 해방 무렵에 태어난 대한민국의 2세대 기업인들이다.

해방 직후의 혼돈과 6·25의 폐허에서 기적을 만들어내고 이어지는 위기에서 우리는 또 최선의 선택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대한민국을 오늘에 이르게 한 기적의 선배들과 해방둥이들의 가슴속에는 잘살아야겠다는 의지와 애국심이 넘쳤다. 그러나 당시 그 누구에게도 오늘에 이를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앞선 선배들의 선택을 믿고 우리 자신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오늘에 이르렀다.

운이 좋았던 것인가. 지난 70년을 되돌아보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선택을 이을 다음 세대들이 지금 우리의 뒤를 따르고 있다. 이제는 그들의 새로운 선택에 건투와 행운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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