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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소두증 신생아를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백신은 물론 관련 논문·특허조차 전혀 없어 이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발표된 논문은 총 224편. 이 가운데 한국인 저자 논문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에는 지카 바이러스 전문가가 사실상 없다는 이야기다. 논문은 미국이 48편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나이지리아(11편), 브라질·세네갈(10편) 등 열대 지역이 많은 중남미·아프리카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지난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붉은털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고 인체 감염 사례는 1952년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처음 보고된 바 있다.
지카 바이러스 관련 특허의 경우 전체 63건 가운데 한국 특허청과 관련한 것은 6건이지만 대부분 출원 단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마저도 6건 모두 해외 제약사 등이 국내에 출원한 특허인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출원한 것만 4건이다. 이대로 가다 지카 바이러스가 갑자기 국내로 상륙하게 된다면 해외 지식에만 의존해서 대응해야 하는 불상사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대균 생명연 바이러스감염제어연구센터장은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인 만큼 열대 국가의 관심이 높았다"며 "한국인이 참여한 지카 바이러스 논문은 현재까지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이 더 우려되는 이유는 한국도 이제 지카 바이러스 안심 지대로 분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까지만 하더라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곳은 중남미 21개국, 아프리카 1개국, 아시아 1개국, 태평양 섬 지역 1개국 등 총 24개국이었으나 이달 들어 스페인에서 유럽 첫 감염자가 확인된 것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으로까지 감염 지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웃 국가인 중국에서 감염자가 나타난데다 올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기로 계획돼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같은 혼란을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카 바이러스는 주된 매개체로 흔히 알려진 이집트 숲 모기뿐 아니라 국내에 서식하는 숲 모기로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지만 수혈이나 성접촉에 따른 전파 가능성도 있다. 발열 등 증상이 있다면 3~7일 정도 경미하게 나타나는데 감염자의 약 80% 정도는 증상도 없어 감염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한편 백신 개발과 관련해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영국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지난해 뎅기열 백신 승인을 획득한 프랑스의 사노피,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최초로 개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 MSD 등 각국 보건 당국과 제약회사가 현재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뎅기열 등 기존 백신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백신 개발까지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카 바이러스는 환자 본인의 고통 자체보다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이를 인지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머리와 뇌가 기형적으로 작은 소두증 아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실제로 17일 기준 소두증 확진 신생아는 508명으로 이 가운데 40명 이상이 지카 바이러스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경우 국내 중소 제약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이 미국의 이노비오와 함께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DNA 백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생명연은 혈청·혈장 등 인체 시료에서 지카 바이러스 진단을 신속·간편하게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 아직 확실한 치료제나 백신 개발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규태 생명연 원장은 "지난해부터 브라질의 요청으로 1시간 내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며 올 하반기쯤에는 제품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