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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수강등록이 어렵습니다. 한 달은 기다려야 합니다."
지난 23일 찾은 서울의 한 운전전문학원.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수강등록 문의전화에 학원 관계자는 등록하려면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경찰이 운전면허시험을 강화한다고 밝힌 지 한 달. 운전면허시험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면허를 따려는 이들과 민원인들이 뒤섞여 온종일 북새통을 이루고 운전면허학원에는 수강생이 밀려들면서 등록조차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또 상당수 학원이 더 많은 수강생을 받기 위해 강사인력 확대에 나서면서 '강사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24일 경찰청·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지난 2월1일부터 22일까지 운전면허 신규 취득을 위해 학과시험을 응시한 사람은 약 9,4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3,525명이 학과시험을 응시했던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의 증가세는 더 두드러져 올해 7,153명으로 폭증했다. 이들 면허시험장 관계자들은 "하반기부터 운전면허시험이 어려워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전에 면허를 따르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2011년 6월 운전면허 기능시험 간소화 정책에 따라 기능시험 중 까다로운 항목을 대폭 줄였지만 올해 1월27일 Τ자 코스를 부활시키기로 하는 등 운전면허 강화대책을 밝혔다. 그동안 쉬워진 면허시험 탓에 중국에서 원정까지 오는 부작용에다 운전 미숙에 따른 사고 우려도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으로 운전면허학원들은 수강생들이 밀리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의 한 학원의 경우 지난해 2월1일부터 23일까지 약 한 달간 학원을 등록한 인원은 272명이었는데 올해에는 620명으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도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평균 2~3배 늘어났다는 게 학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수강생 폭증 현상을 이용해 등록을 재촉하거나 수강료를 인상하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다른 학원에 수강생을 빼앗길 것 같아 아직 학원비를 올리지 않고 있지만 수강료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학원의 경우 아직 면허시험 강화 시기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하며 '지금 빨리 등록해야 한다'고 독촉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져 오는 7~8월 여름방학 기간과 맞물려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학원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원 수강료 답함 조짐 등이 나타난다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박우인·이주원·이두형기자 kingea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