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 국가대표 스타트업 ③-CASE STUDY ¦ 우아한형제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아이디어 발명보단 사업성에 집

포춘·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공동 선정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운데 안경 쓴 사람)와 직원들.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운데 안경 쓴 사람)와 직원들.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2016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배달 앱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를 만났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그가 들려준 조언은 꽤나 마음에 와 닿았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 발명차원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짜내지 마세요. 전 세계 처음, 또는 한국에는 없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니까 발명하듯이 창업을 하게 됩니다. 스타트업은 대학원 연구실이 아니에요. 철저하게 사업입니다.”

잠실 롯데월드와 석촌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우아한 형제들’ 본사 ‘피터팬의 다락방’에서 김봉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계단처럼 만들어 놓은 이 다락방은 회의실이었다. 본사 사무실 공간을 찾아 다니던 중 창 밖으로 보이는 롯데월드에 반해 바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사무실 곳곳에는 동화 피터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딴 회의 실들이 여럿 보였다. 벽면과 창에도 피터팬에서 모티프를 얻은 그래픽과 격려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다운 발상이었다. 그는 네오위즈와 NHN(현 네이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창업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기존에 있던 서비스 보다 조금 더 빠르거나, 더 편리하거나, 혹은 더 값싼 이용료를 가지고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을 만들려고 하니까 사업성이 없는 이상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거죠. 남들이 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충분히 괜찮은 아이디어를 갖고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김 대표도 ‘배달의 민족’ 앱을 론칭하고 나서 불과 몇 개월 만에 비슷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함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4년 11월 골드만삭스는 ‘우아한형제들’에 400억 원을 투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투자에 목말라하는 국내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부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기자는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그 질문에 대해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어떤 공식도 따르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사업계획서를 쓰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저렇게 하면 서비스 지표를 높일 수 있다’ 같은, 매우 정량화된 방법들은 모두 시중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이나 전략들은 다른 스타트업들도 다 쓰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본질적인 것에 대해 고민해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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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2010년 ‘배달의 민족’ 앱을 만든 뒤 2011년 애플 앱스토어에 올려놓았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가 관심을 보였다. 그는 김 대표에게 투자를 받아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구축해 보라고 제안을 했다. 당시만 해도 김 대표는 투자를 받는 방법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으려면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법인사업자로 등록을 했어요. 그러면서 첫 투자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시작을 했어요. 진지하게 고민한 건 투자를 받은 뒤부터였습니다.”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음식을 신선하게 배달해 줄 수 있을까를 집요하게 고민했다. 기존 택배 서비스 시스템만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물류 시스템 개선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때의 노력은 지금의 성과를 낳는 자양분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는 식당 음식을 오토바이로 직접 소비자에게 가져다 주는 ‘배민라이더스’와 신선 냉장차량을 이용해 조리 음식을 판매하는 ‘배민프레시’까지 내놓을 수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4년 10월 ‘배민라이더스’ 모델을 가지고 일본시장에도 진출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가장 큰 경쟁자는 편의점이었다. 김 대표는 말한다.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일본인들의 생활 패턴이 바뀐 것을 간과했습니다. 편의점 음식으로 가볍게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일본 편의점 음식의 품질은 매우 높았습니다. 저희 의 역량이 많이 부족했던 거였죠.” 김 대표는 국내 사업에 집중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2016년에는 국내에서 ‘배민 라이더스’와 ‘배민프레시’ 두 가지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김 대표는 말한다. “현재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에서만 서비스 중인 ‘배민라이더스’를 2016년 1 월부터는 관악구에서도 제공할 것입니다. 2016년 말까지는 서울시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고요. 현재 웹에서 인터넷 서비스로만 이용할 수 있는 ‘배민프래시’ 서비스를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들 겁니다. 이 서비스도 2016년 1월에 나올 예정이에요.”

김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털의 펀드 규모가 작은 점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해외 큰 펀드와 경쟁할 수 있는 국내 펀드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합니다. 국내 벤처캐피털에게 투자받는 돈 정도로는 모자라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펀딩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한국의 초기 창업 스타트업 지원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젠 초기 스타트업을 더 큰 회사로 만들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인 듯 합니다.”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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