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술 발전과 금융의 미래-신성환 금융연구원장 (홍익대 교수)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핀테크가 전 세계 금융산업에서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간편 지급서비스부터 로보어드바이저, 더 나아가 데이터저장 방식에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금융 관련 기술이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기술의 진보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 방향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우리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고 금융산업의 틀도 변화시킬 것이다.

금융의 관점에서 기술의 진보가 갖는 특징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연계성이고, 둘째는 빅데이터·머신러닝 등 금융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알고리즘의 발전, 셋째는 규모의 경제 약화에 따른 은행업무의 기능별 분업화다.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강화된 연계성은 이미 경험하는 것처럼 세계 어느 곳에서든 금융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향후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한 금융서비스의 범위 및 질이 확대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두 번째로 빅데이터·머신러닝 등을 통한 자동화된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은 국내 금융산업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향후 이를 바탕으로 한 금융서비스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은 획일적인 금융서비스를 맞춤형 금융서비스, 즉 소비자가 쉽게 금융 의사결정과 금융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금융시장을 진화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은행업무의 기능별 분업화는 금융산업 구도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은행들이 직접 대출을 하기보다는 P2P업체가 중개한 대출을 매입하는 형태로 금융중개 기능을 변화시키고 있다. 블록체인 혁신으로 인해 현재 연간 수천억원씩 지출되는 국내 은행의 보안 관련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의 출현으로 인해 수일씩 소요되는 고비용 해외송금 업무가 효율화되면서 해외송금 전문 업체가 출현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은행이 더 이상 대규모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앞으로 은행은 고객에게 종합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지식 산업적 특성이 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술진보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은행과는 다른 DNA를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서비스의 틀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만일 과거 금융산업의 틀에 얽매인 규제가 지속된다면 인터넷전문은행발 금융산업 혁신은 어려워지고 우리 금융산업은 기술진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가마솥 안에서 서서히 데워지는 개구리 신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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