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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등으로 주주친화정책의 문을 연 코스피 상장사들이 최근에는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펼치며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90%에 달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은 배당 확대에 있어 머뭇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장사들의 주력사업은 산업 발전 단계에서 '성숙' 단계에 접어든 경우가 많지만 코스닥 상장사들은 '성장' 단계인 경우가 많아 배당보다는 투자 수요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지난 2011~2015년 배당공시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배당금은 5년간 2.08배 늘어난 반면 코스닥은 1.51배 증가에 그쳤다. 2015년 배당금은 이달 23일까지 금융감독원 공시정보 시스템에 게재된 공시로 한정했다.
코스닥의 배당금 증가 규모는 코스피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었다. 코스피의 평균 배당금은 2014년 292억원에서 지난해 525억5,100만원으로 1년 새 79.97%나 늘어난 반면 코스닥은 21억1,400만원에서 27억2,600만원으로 28.94% 증가에 그쳤다. 보통주 1주당 평균 현금배당액도 코스피 상장사들은 2014년 737원75전에서 지난해 911원23전으로 23.51% 늘어났지만 코스닥 상장사들은 같은 기간 172원63전에서 208원98전으로 21.05% 증가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배당수익률은 오히려 줄었다. 코스피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014년 1.75%에서 지난해 1.79%로 0.04%포인트 늘었지만 코스닥은 같은 기간 1.70%에서 1.64%로 0.06%포인트 감소했다. 배당수익률은 1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것이다. 배당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주가는 올랐지만 배당금은 그만큼 늘지 않은 경우, 주가는 변하지 않았지만 배당금이 줄어든 경우 등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차이가 더욱 컸다. 코스피 시총 상위 20종목 중 2014년보다 전체 배당금을 줄이겠다고 밝힌 곳은 삼성생명과 SK텔레콤·포스코 세 곳에 불과했지만 코스닥은 메디톡스·파라다이스·코오롱생명과학·GS홈쇼핑·에스에프에이·케어젠 등 6곳으로 두 배에 달했다. 메디톡스는 2014년 80억2,000만원에 달하던 배당금을 지난해 58억6,900만원으로, 파라다이스는 같은 기간 505억6,900만원에서 319억4,400만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총 상위 20종목 중 배당금을 확대한 곳은 동서, CJ E&M, CJ오쇼핑 단 3개사였다. 동서는 배당금을 2014년 595억6,400만원에서 지난해 665억1,300만원으로, CJ오쇼핑은 150억5,200만원에서 150억7,30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CJ E&M은 처음으로 77억1,500만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장사들과 코스닥 상장사들 간 배당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상 완숙 단계에 이르러 '안정'을 추구하는 코스피 상장사들과 달리 코스닥 상장사들은 여전히 '성장중심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장사들의 경우 이미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친 단계여서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환원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들은 아직 성장을 위한 재투자가 더 절실하기 때문에 배당을 고려할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달리 시장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도 꾸준한 배당 확대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힌다. 중견·대기업은 안정적인 시장점유율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꾸준한 실적을 내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공급사의 발주 규모나 업황에 따라 이익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쉽사리 배당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의 IR 담당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같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 등으로 시장환경이 바뀔 때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는다"며 "전년에 실적이 좋았다고 해서 다음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확실하기 힘들다 보니 쉽사리 배당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배당을 하면 내년에도 배당을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같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것도 배당을 결정하는 데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