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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업계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수주는 일종의 숙원사업이다. LNG 플랜트는 기타 석유화학 플랜트보다 부가가치가 커 수익성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다른 프로젝트 3~4개를 돌리는 것보다 LNG플랜트 사업 하나가 더 이득이 된다.
하지만 우리 건설업계는 LNG 플랜트 수주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금조달(파이낸싱)에서 유럽·일본 등 경쟁업체에 판판이 밀리는 탓이다. 유럽과 일본은 막대한 금융지원을 등에 업고 사실상의 카르텔을 형성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란 테헤란에서 24일(현지시간) 현지 진출 기업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한 '한·이란 경제협력 컨퍼런스'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제 막 빗장이 열린 이란 시장에서 민관금융을 하나로 묶은 '드림팀'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자고 제안했다.
김경수 현대건설 이란지사장은 "중국은 이란 시장을 사실상 '정부간거래(G2G)' 차원에서 접근해 상당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한국도 정부 주도로 민·관·금융회사가 하나로 뭉친 코리안 드림팀을 발족해 공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관성 SK네트웍스 이란지사장은 "예를 들어 한국가스공사가 LNG 공급계약을 맺은 뒤 현대건설이 '설계구매시공(EPC)'을 맡고 수출입은행은 프로젝트를 보증한 뒤 현대상선이 나서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식으로 업계 대표선수들이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란 진출기업 지원에 적극 나선다. 국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이 80억유로 이상을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백태준 수은 테헤란사무소장은 "이란 은행과 체결할 예정인 '프레임워크 어그리먼트(Framework Agreement·FA)'를 80억유로(약 1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수은은 50억유로 선에서 FA를 추진했으나 기업들의 지원 요구가 이어지며 상향 조정했다. 수은은 또 바르시안·파사바르트 등 이란 현지은행 2곳과 각각 1억유로 규모의 전대금융을 부활시키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전대금융은 수은이 현지은행과 신용공여한도를 설정하면 현지은행은 수은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 한국 현지법인 등에 대출해주는 제도다. 백 소장은 "맞춤형 금융지원 패키지를 통해 이란 해운사가 발주하는 선박공사에서 한국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테헤란=서일범기자 squiz@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