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계 경제 위험요인과 우리의 선제적 대응

[FORTUNE’S EXPERT]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저유가 현상이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금은 복잡하게 얽힌 대외 경제 불안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지금 세계 경제는 미국, 중국 그리고 산유국 리스크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우선 지난 몇 년 간 지속적인 관심의 초점이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그 여파가 상당한 수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이로 인한 자본유출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0.25%p 상승해 금리 상한이 0.5%가 되었지만, 한국 기준금리와는 아직 1%p 정도 차이가 나고 있다. 또한 한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아직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 내에서도 대출 심사 강화 조치 등이 시행되면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미국 금리 인상이 자원가격 하락과 연결되면서 역풍이 상당한 느낌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신산업 진출 시도에 따른 여파도 엄청나다. 한국은 대중국 수출 세계 1위 국가다. 또한 최근 통계를 보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우리나라 코스피지수의 지난 1년간 상관관계가 0.75로서 세계 1위다. 그러다 보니 최근 중국 증시 폭락이 우리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게다가 대중국 수출 세계 1위, 주가지수 상관계수 세계 1위로 인해 원화까지 위안화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불안한 위안화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 보니 중국이 잘될 때는 좋았다. 하지만 이제 이 부분이 부메랑으로 작동하면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우리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산업 진출을 본격화하는 등 우리 전통 먹거리 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우리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나아가 최근 유가 및 자원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자원 수출 신흥국들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것도 큰 부담이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최근 20~30달러대까지 하락하면서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자원 수출국들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 대금으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주택자금, 식료품비까지 지원해주는 포퓰리즘적 정책을 실행했는데, 이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예상 인플레율이 200% 정도라 하니 그 후유증은 엄청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정부 수입의 75%가 석유 판매에서 나오는데, 석유 판매 대금이 줄다 보니 2015년의 재정적자가 1,000억 달러에 달한 상황이다. 2016년도 예산은 전년 대비 14%나 줄였지만 계속 적자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액은 2014년 기준 GDP의 28%를 차지했는데, 유가 하락으로 인해 2015년 GDP는 3.8%나 하락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지방 공무원들이 벌써 몇 달째 임금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지난 여름부터 육류와 콘크리트 등 41개 품목을 수입하는 경우 달러를 은행에서 빌리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물건 수입 시 달러를 못 빌리는 제한 품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금융당국으로부터 점검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외화 수입의 9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유가 하락으로 인해 자국 화폐인 나이라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데도 일단 달러당 199 나이라의 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시중에 공급하는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외환보유액이 줄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295억 달러까지 줄었고 이로 인해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상황이 어려워진 산유국들은 해외로부터의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 전선에도 상당한 부담이 오고 있다. 또한 석유 판매 대금이 줄어든 중동 지역 국부펀드들이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하면서 한국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영향보다 산유국 유가 하락의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15년 11월 한국 주식시장에서 무려 1조 9,000억 원 수준의 주식을 매도했다.

전달인 10월에는 1조원 가까운 주식을 매도했다.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번 돈으로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상황인데 석유 판매 대금이 줄어들다 보니 대중국 수입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 교역과 물동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해운업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벌크선 해운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벌크선 화물에 대한 운임을 지수화한 것으로 1985년 1월 4일 운임 수준을 기준(1,000)으로 삼고 벌크선으로 운송하는 원자재에 대한 운임을 평가한다)의 경우 2007년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11,800까지 상승한 바 있는데 최근에는 500선이 무너져서 470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운임이 이처럼 급락하다 보니 상황이 어려워진 해운사들은 배를 정박시켜놓고 있고 신규 선박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하면서 조선업도 힘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서 효자 노릇을 한 해운 및 조선산업은 이제 철강산업과 더불어 산업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스런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들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은행권 부실대출과 대손상각(특정 채권의 회수가 불가능할 때 이 채권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도 증가할 것이고 금융권도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정석대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우선 한국의 가장 큰 대내적 취약점은 부동산, 자영업, 가계부채 문제이다. 이들 분야가 대외적 불안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힘들어지면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내수진작도 필요하고 완화적 거시정책과 정교한 미시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업의 다양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자체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촉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과도한 포퓰리즘적 요소의 개입은 금물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대부분 국가들이 겪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러한 위험 요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이러한 부분이 감안된 조치인 바, 스스로 만족하지 말고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동시적이고 다양한 노력이 선행될 때만이 최악을 피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담보해낼 수 있을 것이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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