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말라리아 백신, 스타워즈 신작 처럼 멋진 것들로 가득했던 2015년이 지나갔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의 싱글 앨범들과 맥도널드 아침메뉴 24시간 제공이 2015년에 있었던 일의 전부는 아니었다. 눈에 확 띄었던 2015년의 최고와 최악을 알아본다.
보건분야 최대의 진보말라리아 백신30년의 시간과 5억 6,500만 달러의 투자 끝에, 드디어 세계 최초 말라리아 백신 개발이 성공했다. 모스퀴릭스 Mosquirix 라는 이름의 이 약은 기생충에 대항하는 최초의 백신이며, 수백만 명의 삶을 바꿀 잠재력을 가졌다.
매년 약 50만 명이 말라리아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절대 다수는 어린이다. 모스퀴릭스는 임상시험에서 말라리아 발병률을 약 40% 낮췄다.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열대병인 말라리아가 제약사들의 관심과 투자를 비교적 적게 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크나큰 진보라 할 수 있다.
모스퀴릭스의 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GlaxoSmithKline 에서 백신부문을 총괄하는 몬세프 슬라위 Moncef Slaoui 는 이 약을 ‘1세대 백신(firstgeneration)’이라 보고 있다. 효과가 훨씬 좋은 다른 약이 지금도 개발되고 있다.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주식 시장선전종합지수지난해 주요 지수 중 1위는 선전 지수가 차지했다. 선전 지수는 상하이에 이은 중국의 2대 주요 증시로, 신흥기업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S&P는 큰 변화가 없었다.
가장 필수불가결한 전자기기 아마존 에코 아마존은 지난 분기 애널리스트들의 예상 치보다 5억 달러 이상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출시된 아마존 에코(가격 179.99달러)가 이 실적에 기여한 주요 무기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아마존이 출시한 제품 중 최대 성공작으로 꼽을 만하다.
원통형 스피커인 에코는 7개의 마이크를 내장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질문과 명령을 인식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질문 응답 외에도 인터넷에 연결된 거의 모든 가정용 기기의 조작, 빙고 게임, 스케줄 확인 등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물론 질문 기능이 가끔 말썽을 일으키기는 한다(예컨대 ‘가지(aubergine)’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점점 지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게 에코의 최대 장점이다. 아마존은 에코를 통해 개인비서 서비스 기기 경쟁에 첫발을 내디뎠다.
최고의 재결합스타워즈 출연진 마침내 관객들이 기다리던 그 영화가 돌아왔다. 첫 해 관련상품 매출만도 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위(Runner-Up) 미국과 쿠바. 55년간의 단절을 끝내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포춘 500대 기업퀵스터 Qwikster 를 기억하는가? 넷플릭스 Netflix 가 2011년 DVD 우편대여사업을 포기하고, 스트리밍에 집중하겠다는 의향을 밝히자 엄청난 반발이 뒤따랐다. 하지만 현재 스트리밍은 회사와 함께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올해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아마존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폭로폭스바겐 비리를 폭로한 웨스트 버지니아 연구소 폭스바겐은 경쟁을 두려워했다. 규제당국에 대해서도 우려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판 중인 디젤차의 연비를 시험하는 웨스트 버지니아대의 작은 연구소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게 틀림없다. 기계공학 연구자 5명으로 구성된 이 보잘것없는 팀이 폭스바겐의 연비조작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 결과는? 2015년 (그리고 아마도 2010년대) 최대의 스캔들이 일어났다. 2014년 기준 세계 8위 자동차 제조업체는 지난 9월 중순 사건이 시작된 이후 시가총액의 34%가 사라졌다.
최고의 토론트럼프? 피오리나? 천만에 말씀…폭스 뉴스다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던 인물이 공화당 대선 토론을 빛냈다. 이 토론의 시청률이 신기록을 세운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물론 트럼프 본인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지난해 8월 폭스 뉴스가 방송한 1차 토론회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 3차 토론은 관심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CNBC가 기록한 1,400만 명도 해당 방송사 자체 신기록이었다.
폭스 뉴스 : 2,400만 명 시청 (8월)
CNN : 2,300만 명 시청 (9월)
CNBC : 1,400만 명 시청 (10월)
워싱턴 정가의 성과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12개국이 참가한 대형 무역협정 TPP는 미국 대기업들의 정치관련 최우선 과제였지만, 이를 향한 여정은 매우 험난했다. 민주당 내에선 노동계의 지원을 받은 반대 여론이 나왔고, 무역협정에 친화적인 공화당도 포퓰리즘 탓에 주저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공화당 지도자, 기업 로비스트들이라는 ‘기묘한 연합’에 힘입어 타결에 성공했다. 다음 과제는 의회 승인이다.
워싱턴 정가의 패착이민법 및 세법 개혁공화당의 하원 내 힘은 강력해졌지만, 무역 활성화에 약간 힘을 실어 주는 것 외에는 이를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티파티 덕분이다). 그 결과 재계와 공화당 지도부가 공동 추진 중인 다른 주요 과제, 예컨대 세법 및 이민법 전면 개정이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달러 가치의 폭등 달러화 강세로 여러 통화의 가치가 추락했다. 특히 카자흐스탄 텡게 tenge 화의 환율이 1월 달러당 181텡게에서 307텡게로 치솟았다.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잭 도시 Jack Dorsey변덕스런 SNS, 트위터의 세계로 돌아온 공동창업자 잭 도시가 귀환 즉시 신기능을 도입하고 직원 감축에 돌입했다. 그는 결제업체 스퀘어 Square 의 CEO직도 여전히 맡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질’에 정신이 팔린 사람이 세상에 어디 그뿐일까.
최대의 인수합병 M&A 전문 리서치업체 머저마켓 Mergermarket 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인수합병 시장은 기존 최고치인 2007년을 넘어 신기록을 수립했다. 앨러건 Allergan 의 숨가쁜 M&A 행보가 그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졌다.
1년간 앨러건은 액타비스 Actavis 에 회사를 매각하고, 사명을 유지한 채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했다. 또 회사를 분할하고(액타비스의 일부였던 복제약 사업을 테바 Teva 에 매각했다), 1,600억 달러에 화이자 Pfizer 와 합병함으로써(현재 완료 임박) 2015년 최대 M&A의 주인공이 되었다. 2014년 앨러건 주식의 연간수익률이 약 19%로 제약업계 평균을 훌쩍 넘지 않았더라면, 주주들은 회사가 정체성 위기에 빠진 건 아닌지 걱정했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선두주자 유니버설 공룡이 있으면 스톰트루퍼 Stormtrooper *역주: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부대원 따윈 필요 없다. 지난 여름 흥행 1위였던 ‘쥬라기 월드’에 힘입어 유니버설이 9월이 채 되기도 전에 연간 극장수입 신기록을 경신했다(기존 기록은 2014년 폭스 Fox가 세운 55억 달러). 하지만 이는 크리스 프랫 Chris Pratt *역주: ‘쥬라기 월드’의 주연 배우 과 랩터들만의 공은 아니다. 자동차로 가득했던 ‘분노의 질주 7’과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미니언즈’도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피치 퍼펙트 2’,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같은 뜻밖의 박스오피스 히트작도 잇달아 터졌다. 리서치업체 렌트랙 Rentrak 에 따르면, 2015년 말 유니버설의 전 세계 극장수입은 약 65억 달러였으며, 영화시장 점유율은 20% 이상이었다. 12월 말 개봉한 스타워즈 신작을 앞세운 2위 월트디즈니도 물론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다. 하지만 ‘포스가 깨어난다’ 해도 유니버설의 흥행 행진 결과를 뛰어넘을 수는 없어 보인다.
기업공개시장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준 IPO 퍼스트 데이터 지난해 최대 규모의 IPO를 통해, 역대 최악의 차입매수(LBO) 기업 중 한 곳이 돌아왔다. 하지만 퍼스트 데이터의 데뷔는 장밋빛만이 아니었다. 최초공모가는 예상가격대 범위 가운데 가장 낮은 금액으로 정해졌는데, 가장 유망한 기업들이 비상장으로 남아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이었다.
시장가치 최대 상승에어비엔비 155억 달러?
단기주택임대서비스 기업 에어비엔비의 가치가 100억 달러에서 255억 달러로 치솟았다. 물론 110억 달러에서 시작해 현재 시장가치 510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는 우버에 비하면 아직 중소기업 수준이다.
진정한 최고의 유럽인 앙겔라 메르켈메르켈은 그리스 정치인들의 강한 도발과 자국민의 극단적인 조바심에도 유로존을 지켜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럽이 이민자 위기에 휘말리자 현실정치보다 인류애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기도 했다. 메르켈이 보여준 단호한 도덕적 리더십은 지금까진 그녀(와 독일)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수천 명의 난민들은 이미 희망과 절망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추락밸리언트 Valeant , 테라노스 Theranos , 튜링 Turing 등 바이오테크분야바이오테크 기업들에게 2015년은 짜릿한 비상과 굴욕적인 추락을 모두 겪은 한 해였다. 나스닥 바이오기술지수(Nasdaq Biotechnology index)는 작년 초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후 폭락했다. 튜링제약이 중심이 된 ‘바가지 약값’ 파문으로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자 미국 정부는 밸리언트 등 여러 회사의 사업방식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거기에 테라노스의 혈액검사기술 진위를 둘러싼 의혹까지 겹치자 매도가 줄을 이었다. 바이오기술지수는 최고치 대비 27%나 폭락했다. 그후 연말까진 서서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고의 기업구조조정: 검색업계의 공룡 구글이 알파벳으로 재탄생하며 사업 범위를 검색 너머로 확장했다. 은메달은 클라우드 및 기업용 IT기술 전문기업과 PC 및 프린터기업으로 분할한 HP가 차지했다. 동메달은 핵심사업분야 경영에 집중하고자 재무부문을 분사시킨 GE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