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증거부족 사건 '심리수사'가 해결사

증거확보 어려운 아동학대 사건

부모 표정·행동 분석해 진위 판별

검찰, 통합심리분석 적용 잇따라

최근 7살된 아들을 폭행해 죽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검찰로 넘어왔을 당시 아이 엄마 한 모씨는 아들의 사망 시점을 2012년 11월8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진술은 곧 거짓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한씨에 대한 통합심리분석, 이른바 '심리 수사'를 통해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집중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낸 결과다. 한씨는 검찰 조사에서 사망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심리생리분석(거짓말테스트)에서 거짓반응이 나왔고, 행동분석에서도 다른 진술을 할 때와 달리 과장된 몸짓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심리분석 수사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단초를 마련해 준 것이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과학수사기법인 통합심리분석이 진술분석과 범죄동기 파악 등에 효과를 보이면서 피의자 진술 외에는 증거가 부족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으로 잇따라 적용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이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진행되다 보니 피해자인 자녀가 사망할 경우 구체적인 증가확보가 어렵다. 대부분 가해자이자 피의자인 부모의 진술에만 의존해 진행될 수 밖에 없어서다. 부모가 거짓진술로 일관하면 진실파악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확한 형량 적용도 어려워 사실상의 중대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면책되는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통합심리분석 수사를 잇따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실제 검찰은 초등학생 시신훼손 사건과 목사부부 딸 시신 방치, 친딸 암매장 사건 등 최근 발생한 주요 아동학대 사망사건 수사에 통합심리분석팀을 잇따라 투입했다.

통합심리분석은 사건 당사자의 성격·성향·성장환경·진술 시 행동 및 신체 반응 변화 등을 분석해 사건 동기나 진술 진위를 가리는 과학수사다. 거짓말테스트를 하는 심리생리분석관과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진술의 신뢰성을 파악하는 행동분석관, 사이코패스 여부 등 성격과 성향을 분석하는 임상심리분석관까지 세 명이 한 팀이다. 대검은 2014년 12월부터 통합심리분석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피의자에게 25년형이 선고된 '청산가리 치정 살인' 사건에서도 검찰은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진범을 기소했고, 법원도 분석 결과를 증거로 인정해 피의자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처럼 범행이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사건에 대해서는 심리분석이 확대되고 있다"며 "피의자 진술 뿐만 아니라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입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심리분석수사가 점점 확대 적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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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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