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G20, 통화완화 효과 없자 또다시 재정 카드 꺼내나

G20회의, 통화 정책만으론 한계… 저성장 타개 위해 재정카드 동원

위험수준 국가부채비율 더 악화

세계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을 헤쳐나오지 못하는 판에 최근 들어서는 선진 주요국들의 금융불안 조짐마저 커지고 있다. 상당수 신흥국은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미는 상황이다.

26∼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이런 세계적 경제 난국에서 한 가닥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지 않겠느냐는 점에서 나름 기대를 모은 회의였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내놓은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은 실망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선언문은 중국 경제 둔화와 저유가 등으로 경제전망에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주가 폭락, 위험자산 회피, 신흥국 자본유출 등에 따른 금융불안이 우려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책 부분에는 "통화·재정·구조정책 등 모든 정책수단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적 문구뿐이다.

G20 회원국들은 미국과 유럽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쓰고 일본이 최근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는 등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뚜렷하게 살아나는 기미가 없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G20 회원국들은 남은 수단인 재정정책을 적극 실행하기로 하는 한편 환율 등을 포함한 각국의 거시정책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기로 합의했다.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재정 쪽으로 눈을 돌린 데는 이유가 있다. 재정이 빠진 통화 팽창만으로는 자칫 각국의 통화가치 절하가 환율전쟁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애초의 예상과 달리 통화 완화가 경기부양에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도 재정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배경이다.

그러나 재정정책 역시 '헛바퀴 돌리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들은 천문학적 재정을 동원해 금융기관 구제에 나섰다. 그럼에도 경제가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 명목으로 제로금리를 실시했고 이마저 소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차례로 양적완화에 돌입했다. 유로존과 일본은행 등의 마이너스 금리는 다음 수순의 대증요법이었다.

그마저 말을 듣지 않자 다시 내민 것이 바로 재정 카드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나, 중앙은행에만 의존할 경우 자칫 벌어질 수 있는 글로벌 환율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통화와 재정이 동반 출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행히도 이마저 순환논법에 가깝다. 각국마다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국가채무를 짊어지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재정적자를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은 이미 국가부채 비율이 심각한 상태다. IMF에 따르면 201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미국 104.8%, 일본 246.4%, 유로존이 94%에 달한다. 중국 경제의 뇌관 가운데 하나도 급증하는 국가부채다. 중국의 2019년 부채 비율이 283%까지 갈 수 있다는 게 미국 블룸버그의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 그나마 눈길 끈 것은 구조개혁 약속이다. G20은 2018년까지 현 추세보다 2% 추가 성장하기 위해 국가별로 구조개혁 정책을 최대한 이행하기로 했다. 이 역시도 문제는 실천.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미국 재무장관으로 재직한 헨리 폴슨은 26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기업이 망하도록 그냥 놓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망해나갈 때 쏟아지는 실업자들과 이로 인한 사회불안을 마냥 방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폴슨 스스로도 금융위기 당시 미국 내 금융기관이나 대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무차별 자금 살포를 한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G20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는 당분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장기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어갈 공산이 크다. G20도 예전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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