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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의 K컬처] K콘텐츠 신뢰도 떨어뜨린 '치인트 논란'

주연·조연 역전되는 상황 연출

중국 등 한류 팬들에 상처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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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1


tvN의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사진)'이 1일 종영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드라마의 전개가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면서 빚어진 논란인데, 결국 종영 직전 이윤정 피디는 원작자와 팬들에게 공식 사과했지만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K드라마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돼 한류 시장 자체가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인 것.

치인트는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배우 캐스팅부터 '치어머니(치인트와 시어머니의 합성어로 치인트의 모든 제작 과정에 의견을 내는 팬)'가 등장할 만큼 드라마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하면서 한류 스타로 떠오른 박해진이 남자주인공 유정 선배 역에 캐스팅되자 케이블 드라마로는 역대 최고액인 24억원에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와 투도우에 방송 전 선수출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방송도 되기 전에 판매되는 것은 치인트가 처음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중반으로 갈수록 당초 남자 주인공의 역할이 줄어들고 조연 남자배우 서강준의 분량이 늘면서 주연과 조연이 역전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러한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일부 시청자들은 '시청 거부'까지 나서기도 했다. 원작이 있다고 해서 원작의 복사판처럼 드라마를 만들 필요는 없지만 원작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스토리로 간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K드라마 등 K콘텐츠가 치인트 논란으로 인해 한류 시장에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작과 주연 배우의 인기를 보고 드라마의 수입 결정을 한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국내에서 이러한 치인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팬들도 웨이보 등을 통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조연이었던 배우의 분량이 많아지면서 이 배우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새로운 한류 스타로 떠오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한류 스타가 탄생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연 남자 주연배우를 보고 선수입을 결정한 중국 업체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일일 수 있다. 본래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콘텐츠를 수입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업체가 이를 약속 위반으로 여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는 K콘텐츠에 대한 신뢰도의 저하를 유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류 시장에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치인트는 방송 전 전 분량 촬영을 마치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촬영을 마친 '반사전제작'으로 '사전제작'을 표방했다. 그러나 '반사전제작' 시스템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되면서 국내 시청자뿐 아니라 중국 등 한류 팬들에게 상처를 안긴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이런 논란에 대해 소통이 가능하지만 중국 등 해외의 경우 제작진의 입장 등이 정확하게 전달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더 큰 오해가 유발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중국 콘텐츠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중국과 동시 방영을 목적으로 한국 드라마가 사전제작 시스템을 속속 적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불법 유통을 막아 K콘텐츠의 경제 유발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쪽대본' 등 열악한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의 한류 시장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데 K콘텐츠의 대표주자를 자임한 치인트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리고 위기를 자초한' 치인트 제작팀의 행동이 심히 안타깝다. yeonv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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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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