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옥호텔 5년 걸려야 허가받는 관광한국 현실

서울시가 장충동 신라호텔 자리에 전통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호텔신라의 계획을 마침내 승인했다. 호텔신라로서는 번번이 퇴짜를 맞으며 다섯 차례나 도전한 끝에 얻어낸 결과다. 이에 따라 2022년에는 국내 최초의 도심형 전통호텔이 세워져 우리 고유의 멋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다.

호텔신라가 뒤늦게나마 한옥호텔을 짓게 됐지만 여러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호텔신라가 처음 건립계획을 제출한 게 2011년이니 승인과정에만 5년 가까운 오랜 세월이 걸린 셈이다. 한마디로 서울에서 호텔, 그것도 우리 고유의 전통 숙박시설 하나 짓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오게 마련이다. 그나마 호텔신라였기에 기나긴 시간을 감내했지 여느 기업이라면 진작에 포기했거나 아예 망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호텔신라는 서울시로부터 퇴짜를 맞을 때마다 지적사항을 빠짐없이 개선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객실이 207개에서 91개로 줄어들었고 건축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업계에서 수도 서울에 번듯한 전통호텔 하나 만들어보겠다는 이부진 사장의 의지가 아니었으면 채산성 없는 호텔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장충동 한옥호텔이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대기업이라는 말만 나오면 질겁하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한항공만 해도 2008년부터 경복궁 인근에 한옥형 7성급 호텔 건설을 추진했지만 반재벌 정서는 물론 학교 인근 등의 규제장벽에 가로막혀 무려 7년을 끌다 좌절되고 말았다. 청와대까지 나서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야당의 반대가 워낙 거셌던 탓이다. 호텔이 세워지면 수천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관광내수를 진작시킨다고 해도 소귀에 경 읽기일 따름이다.

일본은 최근 한국을 따라잡겠다며 글로벌 기업까지 유치해 도쿄와 교토 등에 전통의 맛을 살린 프리미엄 호텔을 짓는 데 한창이다. 우리는 말로만 관광입국을 부르짖을 뿐 지방자치단체마저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변변한 호텔 하나 마음대로 짓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금처럼 멀쩡한 면세점도 쫓아내고 숙박시설도 옭아맨다면 관광대국의 꿈은 갈수록 멀어질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