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특파원 리포트] 모호한 이념 색깔… 트럼프의 경쟁력

이민자 반대 등 보수적이지만 진보적 주장도 펴 중도층 흡수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의 반감을 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념적 실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흑인 등 소수인종이나 이민자에 대해 인종차별적이고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은 극단적 보수주의자였던 배리 골드워터와 비슷하지만 각종 이슈에서 공화당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그는 신자유주의의 금과옥조인 자유무역에 역행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비준을 반대하고 있고 중국·멕시코 등에 징벌적 관세를 때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 부유층 감세, 법인세율 대폭 인하와 함께 저소득층의 연방소득세 완전 면제도 공약했다. 또 그는 과거 동성 결혼 등 사회적 이슈에서 민주당을 옹호했던 전력이 있다. 심지어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민주당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 의원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처럼 전 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트럼프의 모호함이 지난 1964년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골드워터보다 더 큰 경쟁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필요에 따라 유권자들이 듣기 원하는 말만 골라서 하면서 환심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CNN은 "트럼프의 선거전략은 정책보다 스타일"이라며 "작은 정부, 반공주의 등 뚜렷한 보수 이념을 가졌던 골드워터에 비해 민주당이 공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가 간혹 진보적인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치장하고 있어 공화당원은 물론 일부 중도층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럼프는 대선에서 무서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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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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