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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의 현인'으로 일컬어지는 금융통화위원 자리를 놓고 경제계 고위인사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이번에는 4명의 위원이 한꺼번에 교체되는데다 총선 일정까지 맞물려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 혼전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금통위원들의 후임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각 추천기관에 발송했다. 당연직인 이주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 중 함준호 위원(은행연합회 추천)을 제외한 4명의 임기는 다음달 20일 만료된다. 기관별 추천인사는 금융위 하성근 위원, 기재부 정해방 위원, 대한상의 정순원 위원, 한은 문우식 위원 등이다. 인사혁신처에 임명제청을 하는 다음달 중순이면 새로운 금통위원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원은 학계, 관료, 금융·기업인 등 경제계 인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자리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데다 임기 4년이 보장된다. 2억6,670만원에 달하는 연봉에다 개인 집무실과 비서, 승용차도 제공된다. 금통위원 4명이 바뀌는 오는 4월을 두고 '큰 장이 섰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줄 선 사람이 (한은이 있는) 남대문부터 청와대까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의 마이너스 통화정책,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둔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로 경제에 대한 안목과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를 금통위원이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 총재의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한은 추천 몫의 금통위원은 '매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은 주변의 얘기다. 내부인사 가운데선 올해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서영경 부총재보가 거론된다. 여성인데다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점과 한은에서 임원을 지낸 만큼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 등이 강점이다. 서 부총재보가 금통위원이 될 경우 이성남 위원(2004~2008년) 이후 8년 만에 여성 금통위원이 탄생하게 된다. 최근 중국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통을 추천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한은은 유럽통인 문우식 전 서울대 교수를 금통위원 자리에 앉혔다.
기재부와 금융위 추천인사로는 전·현직 관료가 유력해 보인다. 현재 금통위 구성이 과도하게 학계에 치우쳐 경제정책 실무를 해본 관료 출신이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 전직 관료 중에서는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꼽힌다. 현직에서는 고승범 금융위원이 후보다. 임승태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장이 금융위원에서 금통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전례도 있다. 김용범 사무처장의 이름도 나온다.
기재부 추천 인사로는 국제 금융통인 김익주 국제금융센터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등도 거론되기는 하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관가 주변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기재부가 KDI 인사를 추천한 케이스는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학자가 될 수도 있고 전직 관료가 될 수도 있다"며 "현재 3~4명 정도 후보군에 올려놓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추천 몫으로는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등이 후보로 꼽힌다. 경복고·서강대를 졸업한 김 고문은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뒤 현재는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경제 분야)과 포스코 사외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이 밖에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교체돼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번 인사 이후에라도 금통위원 임기를 순차적으로 바꾸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이번에 금통위원 4명을 선임하면 2020년에는 부총재 임기만료까지 맞물려 5명을 한꺼번에 교체해야 한다. /이연선·김상훈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