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물갈이 공천은 국민 속임수다

권력자 위주 하향식 공천 아래선 신인조차 '그 나물에 그 밥' 전락

대통령·당에 충실한 후보 배제… 국민 제대로 섬길 이에게 한표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오는 4월13일까지 37일 남았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이달 말부터 시작된다. 각 정당은 공천 작업에 분주하고 국민의 이목은 각 정당의 공천 소식에 집중돼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이 이뤄질 모양이다. 마치 물갈이를 많이 하면 유리하고 적게 하면 불리하다는 듯 물갈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총선 때만 되면 예외 없이 되풀이되는 특이한 한국적 현상이다. 역대 선거에서 현역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30∼40% 정도였고 새 국회의 초선 의원 비율은 50% 정도였다. 사람을 바꾸면 정치가 나아질 것이라는 가설이 맞는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정당들이 경쟁하듯 물갈이 공천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워낙 낮아 정치에 때 묻지 않은 신인들을 내세워 표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과 바꿔보자는 심리를 이용하는 전략이다. 또한 보스 중심의 한국 정치에서 공천으로 자기 세력을 확대하려는 권력자들의 계산도 한몫한다. 현직 대통령은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임기 후 자기를 보호해줄 세력을 만들고 싶어 하고 정당 지도자들은 다음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 자기 세력을 키우려 한다.

정치인을 바꿔봤자 정치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첫째, 공천이 권력자들 중심으로 하향식으로 이뤄지는데 새로운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들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 정당 지도부와 권력자 눈치 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당내 영향력도 없는 초선 의원이야 오죽하겠는가. 둘째, 무슨 특별한 사람인 양 내세우며 물갈이해본들 그 사람이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뛰어난 성공을 거둔 기업가, 언론에 자주 나오는 교수나 변호사를 국회로 보내면 훌륭한 국회의원이 될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 특별한 사람이지 정치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셋째,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국회에서도 정치나 국정의 전문가가 되기 어렵다. 상임위원회 배정이 2년마다 바뀌니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서 정부 공무원들을 따라갈 수 없고 당론에 따라 움직이니 굳이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다.

이러니 바꿔 열풍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한국 정치는 별로 바뀌는 것이 없다. 지금처럼 선거하면 20대 국회도 국민들을 실망시킬 것이 뻔하고 4년 후에 있을 21대 총선 때도 마찬가지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첫째, 우선 정치 신인이라고 무조건 믿거나 기대하지 말라. 매번 바꿨어도 마찬가지였다. 물갈이 공천은 유권자들을 현혹해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정당 지도부의 속임수 전략이다. 선거 때가 돼야 국민을 모시는 척하는 현역 의원의 분장술에도 당연히 속지 말아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에서 주인은 국민이고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고 심부름꾼이다. 따라서 주인인 나를 위해 충실히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권력자에게 좌지우지되고 대통령을 앞세우거나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후보들은 나를 위해 일할 사람들이 아니다. 셋째, 어떻게 하면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계속해 주인을 잘 모시며 일하도록 하게 만들지 고민해봐야 한다. 전략 공천이든 개혁 공천이든 하향식 공천제도는 폐지돼야 하고 국회에서의 당론 투표도 폐지돼야 하며 국회의원이 국민을 무서워하도록 총선은 4년이 아니라 2년마다 실시돼야 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런 공약을 내거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한국 정치가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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