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7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北 국지 도발 가능성↑

美 핵항공모함·전략폭격기 등 고성능 무기 동원 훈련에 돌입

제재 따른 주민 불만 무마 위해 北 내부 단속용 도발 감행 우려

"美 본토까지 타격대상" 위협도

한반도 정세가 군사적 대치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과 미국이 7일부터 대규모의 연합훈련에 돌입하고 북측도 여기에 맞서 자원 입대를 독려하고 군사훈련과 동원의 강도를 높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국제사회의 북한 화물선 등에 대한 검색 강화와 압류 시작으로 생활이 어려워질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 충돌로 희석시키기 위한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주로 국제 외교 무대와 성명전으로 진행돼온 남북 대치 양상은 군사적 긴장이 추가된 모양새로 바뀌고 있다. 당장 한국과 미국은 키리졸브(KR)연습과 독수리(FE)훈련을 다음달 30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키리졸브 등은 해마다 치러지는 연례적인 방어훈련이지만 올해는 성격이 약간 달라졌다. 북한을 향한 각종 경고 메시지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전략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한국에 전개하고 본토의 대륙간 탄도탄(ICBM) 발사 순간까지 한국 정부에 공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국과 미국의 연합훈련이 '사상 최대 규모'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이전에는 들여오지 않았던 미국제 고성능 무기체계가 한반도에 잇따라 전개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다만 북한은 30만명이 넘는 한미 연합병력이 최신 무기를 가지고 훈련에 돌입한 이상 대놓고 공격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계태세가 최고도로 높아진 훈련 상황에서 기습이나 도발은 자살 행위에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지 도발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북한의 내부 단속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물류 이동이 거의 끊기고 북한 국적 선박은 물론 제3국 선적의 북한 선박에 대한 억류가 시작돼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부의 적'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제한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우리 측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일체의 대화나 타협은 없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긴장 고조가 여권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대북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는 명분을 부각시키는 측면도 간과하기 어렵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가장 힘들었던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는 나아졌지만 최근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남북 모두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우발적 충돌 개연성은 높아졌어도 역설적으로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이 없는 상황에서 미군이 들어와 훈련하고 있어 실제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사평론가는 "한미군사훈련이 종결되는 4월 말까지는 남북 간의 군사 긴장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국내 언론이 실제보다 과장된 자극적 표현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연합훈련을 통해 북한 핵무기 은닉 장소 파악에 주력하는 등 선제적·공세적 작전 개념을 일부 도입할 것으로 알려져 훈련 내용과 범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6일 "도발자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본거지들을 묵사발로 만들 것"이라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미군 기지와 미국 본토까지도 타격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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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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