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2등의 반격'에 요동치는 미국 대선 판도

공화 '슈퍼 토요일' 4개주 경선

주류 '反트럼프 캠페인' 효력… 크루즈 캔자스·메인서 승리

민주 샌더스도 3곳 중 2곳 따내 저력 보이며 경선 장기화 동력 마련


미국 대선후보 경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가 주류 측의 낙마작전에 시달리는 와중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게 연타를 얻어맞으며 대세론에 이상신호가 켜졌다. 민주당도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선전하며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5일(현지시간) 열린 '슈퍼 토요일' 공화당 경선 4개 무대에서 크루즈 의원은 캔자스와 메인 등 2개 주에서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루이지애나와 켄터키주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트럼프가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대2의 동률을 기록한데다 루이지애나와 켄터키에서도 득표율 격차가 3~4%포인트에 그친 이날 경선 결과는 크루즈의 대승으로 평가된다. 크루즈는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도 295명 확보해 트럼프의 378명을 맹추격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의 상승세는 지지기반인 복음주의 세력이 결집한데다 공화당 주류의 '반(反) 트럼프' 캠페인이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 등 주류진영은 "트럼프는 사기꾼"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조직적인 낙마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음 관심사는 2차 분수령으로 불리는 '미니 슈퍼 화요일(3월15일)'이다. 과거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1위를 달렸지만 크루즈가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어 예상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7개 경선 주 가운데 플로리다·오하이오와 미국령 노던마리아나스 등 3곳은 승자독식 제도가 적용되고 있어 크루즈 의원이 1위를 차지할 경우 대의원 격차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다.

반면 공화당 주류의 지원을 받는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날'이었다. 그는 캔자스 등 3개 주에서 3위, 메인 주에서는 4위에 그치는 졸전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트럼프와 크루즈 의원은 각각 11개 주, 6개 주에서 승리한 반면 루비오 의원은 미네소타 한 곳만 차지했다. 만약 지역구인 플로리다에서도 승리하지 못할 경우 크루즈 의원으로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중도 하차하라는 당내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민주당 3개 주 경선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흑인 인구 비중이 높은 루이지애나 한 곳에서만 승리했을 뿐 백인 인구가 많은 켄터키와 네브래스카에서는 샌더스 의원에게 패배했다. 샌더스 의원이 1일 12개 주에서 치러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4개 주를 가져가는 저력을 보인 데 이어 이번에도 경선 장기화의 동력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아직 '힐러리 대세론'은 굳건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클린턴 전 장관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1,121명(상하원 의원, 주지사, 당 간부 등에게 주어지는 슈퍼 대의원 포함)으로 샌더스 의원(479명)의 2배 이상 된다. 하지만 15일에도 이변이 발생할 경우 '크루즈 돌풍'과 맞물려 민주당 경선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 주자와의 본선 가상대결에서 트럼프에게만 우위를 보이는 반면 샌더스 의원은 크루즈·루비오 의원 등 모든 주자를 앞서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경우 민주당 지지층이 샌더스 의원에게 집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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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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