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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를 바꿔나가는 '디벨로퍼'…그 힘은] 높은 공신력 지속개발 추구…디벨로퍼, 사회의 존경 받다

싱가포르를 바꿔나가는 '디벨로퍼'… 그 힘은

평판 좋은 경영진 갖춘… 4~5개 대형사가 시장 주도

리츠 등 자금조달 기능 구축… 장기 전략으로 사업 시행

중국 등 해외도 적극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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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 오처드몰 전경. /사진=고병기기자

싱가포르 지하철(MRT) 노스사우스라인 오처드역. 플랫폼을 빠져나오자마자 화려한 쇼핑몰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하철역과 곧바로 연결된 '아이온 오처드몰'은 개찰구를 통과해 나오는 사람들을 마치 자석처럼 빨아들인다. 지하4층~지상4층, 연면적 6만6,000㎡의 공간에 300여개의 매장을 갖추고 있는 아이온 오처드몰. 규모가 얼마나 큰지 잠시 한눈을 팔면 길을 잃어버릴 정도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아이온 오처드몰은 싱가포르의 대형 디벨로퍼인 '캐피털랜드'의 작품이다. 이 건물뿐 아니라 '비보시티' '갤럭시스' '후지 제록스 타워' 등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건물들은 디벨로퍼의 작품이다. 사실 싱가포르는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시를 가꿔나가고 있다.

부동산 디벨로퍼가 이처럼 도시를 바꿔나가는 배경에는 높은 공신력에 자금조달 기능을 갖춘 대형 디벨로퍼 중심의 시장구조가 자리 잡은데다 한탕이 아닌 지속적인 개발 사업을 추구한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존경받는 대형 디벨로퍼=싱가포르에서 디벨로퍼는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정재욱 삼정KPMG 이사는 "대부분의 대형 디벨로퍼들이 국영기업과 관련돼 있고 특히 엄격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아무도 디벨로퍼들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한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캐피털랜드·아센다스·메이플트리 등 대형 디벨로퍼의 뿌리를 찾아보면 싱가포르 정부와 연결돼 있다. 빈센트 위(사진) 캐피털랜드 시니어 바이스 프레지던트는 "4~5개의 큰 디벨로퍼들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상장사일 뿐 아니라 평판이 좋은 오너와 경영진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기능을 결합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의 싱가포르 디벨로퍼들도 처음에는 부동산 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회사가 성장하면서 점차 리츠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등 개발과 함께 금융조달 기능을 동시에 갖추게 됐다.

치아남툰 아센다스어시스턴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리츠와 같은 다양한 금융조달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금이 묶일 우려가 없으며 보다 많은 개발 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며 "끊임없이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먹튀 아닌 지속 개발 추진=또 다른 특징으로 하나의 프로젝트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개발 사업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위 프레지던트는 "항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일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 프로젝트에서 많은 이득을 취하고 떠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장기적인 전략은 해외진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먹튀' 외국자본이 아닌 현지 정부와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가지고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디벨로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위 프레지던트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해외진출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지금까지 전체 비즈니스의 80%가 싱가포르와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향후 5~10년은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캐피털랜드뿐 아니라 아센다스·메이플트리 등 다른 디벨로퍼들도 중국·인도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싱가포르=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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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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