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러에도 밀린 디지털 세계화, 한국 IT강국 맞나

세계 6위의 무역강국인 우리나라가 디지털 교역 분야에서는 아직 중진국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맥킨지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세계화:글로벌 교역의 새로운 시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상품과 서비스·자본·인력·데이터 등 5개 분야의 교역 수준을 종합 평가한 연결지수에서 종합 14.0점을 받아 139개국 중 16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1위)와 미국(3위)은 물론 중국(7위), 러시아(14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멕시코·말레이시아에도 밀리는 데이터 유출입 수준(44위)이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크다. 이전의 세계 경제는 상품과 서비스, 자본과 노동, 대기업에 의해 주도됐다. 디지털과 모바일의 등장은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지식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정보와 데이터의 흐름이 강조됐으며 혁신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전자상거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급부상은 이를 이용하는 중소기업과 개인의 영향력을 키웠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2년간 원자재와 중간재·완제품 교역규모는 줄어든 반면 상품교역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제로(0)'에서 12%까지 늘어난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 교역은 아직도 상품에 목을 매고 있으니 새로운 물결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다고 IT 강국일 수는 없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능력이다. 정부도 기업도 입으로만 디지털과 혁신을 외쳐서는 안 된다. 전자상거래는 아마존과 알리바바에 점령당하고 SNS는 페이스북에 빼앗긴 현실을 바꾸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를 되살리고 미래 교역의 중심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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