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산업 모세혈관 소공인 살리자] "젊은 아이디어 수혈, 아버지 가업 키울 것"

2부. 희망을 만드는 동네공장 <1> 재연기계

50여년간 특수 스크류 제작… 설계 전문성 인정받아 수요 꾸준

3년 전부터 아들 안성모씨 동참

"아버지 기술에 디자인 접목… 생활용품 사업 등 다양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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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소공인 집적지에 있는 재연기계 작업장에서 안승문(오른쪽) 대표와 그의 아들 안성모 이사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강광우기자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소공인 집적지의 한 골목에 있는 재연기계로 들어서자 안승문(65) 대표와 그의 아들 안성모(37) 이사가 밀링 선반 앞에서 커다란 쇠 봉을 스크류로 깎고 있었다. 안 대표가 밀링 선반을 다루고 안 이사는 옆에서 능숙하게 거들었다. 재연기계는 각종 특수 스크류와 나사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동네 공장이다. 안 대표는 이 분야에서만 50년 넘게 일해 왔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큰 기업들도 만들지 못하는 특수 제품을 설계를 할 수 있어서 기업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면 안 대표를 찾는다. 그가 그렇게 설계한 제품들은 일본과 독일, 영국, 중국 등으로도 수출된다. 업황이 한창 잘 나갈 때보다는 못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재연기계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안 이사는 3년 전부터 아버지의 일을 돕고 문래동에 젊은 열정을 수혈하고 있다. 안 이사는 "아버지의 기술을 잘 전수 받아 기계, 가공 부품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있는 소공인 2세와 예술작가들과 협업해서 디자인을 접목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며 "지금 문래동에는 대부분 50~60대 분들이 많은데 최근 2세들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안 대표는 "이 기술을 배우면 평생 직장이 따로 없다"면서 자신을 따라 일을 시작한 아들을 대견하게 쳐다봤다.

안 대표는 열 네 살이던 1965년에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마치고 아버지가 콩 두말을 팔아 번 250원을 들고 상경했다. 차비만 들고 올라 온 안 대표는 양주 근처에서 한 달에 600원을 받고 일했다. 하루에 빵 2개를 사먹으면 월급은 금방 바닥났다. 빵 하나가 5원 하던 시절이다. 생각대로 벌이가 시원치 않아 청계천 기계 골목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안 대표는 "집이 없어 공장처마 밑에서 숙식을 했는데 겨울이면 너무 추웠다"며 "선배들이 기술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밤에 선배들의 기술 공식을 몰래 엿보며 혼자 공부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그렇게 소공인이 됐다. 손재주가 좋았던 안 대표는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이라크 도로공사 현장에 나갈 기회가 생겨 1년 6개월 동안 많은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1988년 문래동에 자신의 가게를 차렸다. 그때는 일이 넘쳐서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 일이 넘쳐서 기계마다 사람들이 쇠를 깎았고 경리 아가씨도 있었다. 안 대표는 잘 나갔다. 당시 일반 회사원이 하루에 50만원을 벌 때 안 대표는 하루에 50만원을 벌었다. 100만원 주고 산 기계로 매일 새벽 두 시까지 일했다. 너무 무리한 탓에 간경화가 왔고 이 때문에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안 이사는 스무 살때부터 해외 선교활동을 시작해 10년 넘게 아버지와 떨어져 살다가 3년 전 재연기계 직원이 떠나자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몸이 좋지 않은 아버지가 혼자서 고생하시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 안 이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손에 기름 묻히는 일을 잘 알아주지 않아 처음에는 솔직히 창피하기도 했었다"면서도 "이제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은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기술 가진 사람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젊은 사람들도 이 일에 소중함을 알게 돼 많은 사람들이 소공인 창업에 나서기를 바란다. 안 대표는 "요새 취업도 잘 안 된다던데 젊은 사람들도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큰 공장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기술을 충분히 습득하고 그 다음에 창업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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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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