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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주요국 통화정책의 딜레마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추운 겨울이었는데 3월에 들어서면서 봄은 이미 눈앞에 와 있는 것 같다. 증시도 그렇다. 연초부터 무섭게 하락했던 전 세계 주식시장은 어느덧 안정세를 찾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등의 계기는 미국 달러의 약세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에 빠지면서 미국의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이 과정에서 달러는 약세로 전환됐고 한국과 중국의 통화가치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이를 계기로 외국인 자금이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 대형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포스코·현대중공업·LG전자 등 잊혀졌던 대형주가 오랜만에 주식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게임은 이제부터다. 미국의 3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달러 약세의 본질적인 이유를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달러 약세는 앞으로 미국 경기의 둔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경기는 올해 고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달러 강세로 미국 수출 경기는 부진한 상황이다. 수출 경기 악화로 미국 기업의 이익증가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 성장 둔화는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 설비투자와 연관성이 높은 자본재 출하량 지표는 지난해 8월부터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업의 투자 감소는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제조업 고용지수는 3개월 연속 기준선(50)을 밑돌고 있다. 비제조업 고용지수도 지난달 49.7을 기록하며 지난 2014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 이하로 하락했다. 지난주 말 발표된 2월 미국 고용시장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크게 개선됐지만 매출 증가세가 이미 최고 수준을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시장 환경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의회예산국의 경제전망치 역시 올해를 단기 고점 시기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에 열리는 유럽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10일)와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정례회의(15~16일) 등 전 세계 통화정책 이벤트가 마무리되면 주식시장의 관심은 기업실적에 쏠리게 될 것이다. 사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초 대비 4.4% 낮아진 상황이다.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자꾸 경제를 언급하고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경제의 본질이 쉽게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상승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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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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