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말뚝


作말뚝-심우기

어린 흑염소에겐 힘은 말뚝이다

뿔이 나고 털이 억세져도

말뚝의 끈을 넘지 못한다

강한 뒷다리와 넓은 어깨로도

뽑지 못하는 말뚝은 신

늘 지는 싸움인 줄 알지만

고집은 염소 고집

돌아와 빙글빙글 돌다

제 목을 감아 옴짝달싹 못하게 될지라도

갈 데까지 가고 본다

밧줄의 길이만큼이 세상인 염소에게

말뚝은 세상의 중심이다

권력이다

그래도 염소는 뱅글뱅글 돈다



천만에! 저 풀밭은 본래 임자가 없었으나 말뚝이 박히자 염소의 소유가 되었다. 염소가 맴돌 때마다 염소의 영토가 둥글게 드러난다. 저 안의 풀은 모두 염소 차지다. 다 뜯어먹고 나면 콩자반 같은 똥을 갈겨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풀밭은 아무리 용을 써도 염소 말뚝을 벗어나지 못한다. 스스로를 묶였다 생각하는 사람들아, 묶인 만큼 당신이 중심이다, 권력이다. 염소가 풀밭을 끌고 갈 데까지 가고 보듯 오늘도 당당히.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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