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경제교실] 영국의 'EU 탈퇴'… 현실화 되면 세계경제 '쓰나미' 와요

'브렉시트'가 뭐예요?

김흥종 대외정책연 선임연구위원1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왜 나가려 할까요

EU분담금이 지원금 웃돌아

남유럽 재정위기·난민사태 등 적잖은 공동체 유지비에 피로감

대륙식 복지제도 유입도 못마땅


☞ 탈퇴 땐 어떻게 될까요

英수출 EU 비중 절반 달해 이탈은 무역장벽 스스로 쌓는 꼴

투기자본 공격 대상 가능성 높아

유럽연합 지위 축소 불가피… 불확실성 높아져 한국도 타격


유럽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다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그리스 총리로 선출된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EU 탈퇴를 주장하면서 그렉시트(Grexit)가 문제가 됐는데 독일·프랑스 등이 어르고 달래면서 어느 정도 봉합돼 숨 고르기를 하고 있던 가운데 다시 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지난해 영국 총선 과정에서 제기된 해묵은 EU 탈퇴 요구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국민투표 공약으로 되받아치면서 올해 6월23일 그 결과표를 받게 되는 것이죠. 영국이 EU에 남게 되면 그나마 현상유지가 되겠지만 만약 탈퇴하게 되면 엄청난 혼란과 비용이 발생합니다. 영국에도, EU에도, 그리고 전세계 경제에도.

영국이 유럽통합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온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근대 이후 열강의 세력 균형의 추 역할을 해왔던 영국은 옛 식민지였던 미국과 남다른 특별관계를 유지해오면서 유럽대륙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자적인 역할을 추구해 왔습니다. 2차 대전 후 유럽통합 운동이 일어났을 때에도 영국은 느슨한 형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선호했고 마침내 유럽자유무역지대(EFTA)를 결성, 유럽경제공동체(EEC)에 대항했습니다. 비록 1973년 뒤늦게 유럽공동체(EC)에 가입했지만 대영제국의 영화를 기억하는 국민들의 국가주의는 유럽통합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지독한 유럽회의주의(Euroscepticism)로 나타나곤 했습니다.

지난해 선거에서 EU를 떠나자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합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2010년부터 시작된 그리스 등 남부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비록 유로존은 아니지만 EU의 회원국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영국에는 공동체 유지 비용으로 비쳐진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통합 가속화 움직임은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영국의 입장과는 정반대입니다. 지난해 대규모 난민 사태는 안 그래도 불법 이민자 문제에 예민해 솅겐조약에도 가입하지 않은 영국에는 EU라는 틀이 제공하는 또 하나의 재앙으로 여겨질 만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손익계산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EU와 주고받는 돈을 정산해 보면 최근에는 연 10조원이 순기여금으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영국이 유럽공동체에 가입할 때만 하더라도 구조기금·공동농업정책기금 등을 받으면 그런대로 균형을 맞출 수 있었지만 중동부 및 남부유럽 국가들이 가입하고 나서 영국이 EU에 내는 분담금이 EU로부터 영국이 받는 지원금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전통을 갖고 있는 영국은 대륙의 과도한 보호주의와 복지국가가 EU를 통해 영국에 적용돼 불만입니다.

그러면 영국이 EU에 가입해 피해만 보고 있는 것일까요. 영국 기업들은 EU의 회원국으로 있으면서 세계 최대 규모인 단일시장(single market)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EU 시장은 영국 수출의 50%에 육박하는 중요한 시장입니다. 역내 서비스시장이 자유화되면서 영국은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법률·사업서비스 등 많은 분야에서 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EU 탈퇴론자들은 나간 후에도 노르웨이나 스위스같이 특혜무역협정을 EU와 맺으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탈퇴를 막아야 하는 EU 입장에서 영국이 바라는 특혜협정을 신속하게 맺어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동안 새로운 무역장벽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합니다. 현재 노르웨이나 스위스가 누리고 있는 EU와의 특혜무역관계도 거저 얻은 것이 아닙니다. 1인당 기여금으로 볼 때 노르웨이의 기여금 규모는 영국의 90%에 육박합니다. 또한 이 나라들은 역내 노동이동에 더 관대한 솅겐조약에 가입해 있어요. 영국이 탈퇴하면 세계 금융 중심지 지위와 유럽 최대의 투자유치국의 영광을 내려놓아야 하며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해 EU에 가입하면 국가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탈퇴했는데 오히려 영국(the United Kingdom)이라는 국가가 없어지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영국의 EU 탈퇴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게임입니다. 영국이 탈퇴한다면 유럽연합은 지위가 축소될 것입니다. 또 불확실성과 불안정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 한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승자가 없는 게임입니다. 현실적인 선택은 영국이 EU에 남아 있는 것이지만 여론은 거의 반반으로 갈려 있습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양측의 치열한 여론전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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