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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분석’이냐 인간의 ‘직관’이냐…세기의 대결 9일 시작

컴퓨터의 ‘분석’이냐 인간의 ‘직관’이냐…세기의 대결 9일 시작

컴퓨터의 분석이냐, 인간의 직관이냐.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현역 세계 최고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9일부터 다섯 번에 걸친 대국을 시작한다. ‘10의 170승’이라는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를 갖고 있는 바둑을 두고 벌어지는 대결이라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인간의 문제처리 능력을 닮은 컴퓨터의 분석이냐, 아니면 수 계산과 더불어 직관을 펼쳐내는 인간이냐 판가름할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번 대국은 9일 1국을 시작으로 10, 12, 13, 15일 총 다섯 차례다. 제한시간은 2시간, 1분 초읽기는 3회다. 대결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을 따른다. 알파고가 개발될 때부터 중국식 규칙에 따라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둑은 둘 수 있지만 바둑돌을 집을 수 없는 알파고를 대신해 알파고 개발팀의 일원인 대만계 아자 황(아마 6단)이 ‘알파고 대역’을 맡는다.

알파고의 ‘두뇌’ 격인 서버는 미국 중서부 지역에 있는 구글 클라우드에 있다. 1997년 한 대의 컴퓨터를 대국장에 가져와 체스 승부를 벌였던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 때보다 클라우드 기술이 한층 발전했다는 사실 역시 확인 가능한 대목이다.

알파고의 작동 원리는 ‘딥(Deep) 러닝’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알파고는 가치망과 정책망이라는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다. 가치망 네트워크는 각 바둑판에 있는 착화점 별로 분석해 어디에 바둑돌을 뒀을 때 유불리를 분석한다. 한 수 한 수를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 전술을 짜는 것이다. 정책망 네트워크는 전체 바둑판의 확률 지도를 만든다. 착화점 별로 다음 수를 어떻게 둬야 승률이 높아지는지를 판단한다. 대국의 전략을 그리는 것이다. 8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경기도 판교 경기창조경제센터에서 연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강연한 데이비드 실버 알파고 프로젝트 팀장은 “마치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아마추어 5단 이상 기사의 약 3,000만 개에 해당하는 기보를 분석해 바둑을 둔다. 여기에는 이 9단의 기보 역시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버 팀장은 “어떤 특정 기사의 기보가 들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알파고에 입력돼 있다는 얘기다. 알파고는 기존 인공지능과는 필요한 정보만 검색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지는 대신 가장 승률이 높은 착수를 한다는 것이다. 이 9단이 알파고에 놀란 지점도 이것이다. 이 9단은 이날 대국장소인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수의 폭을 스스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감명 깊었다. 생각보다 (승리가) 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알파고는 승률을 분석해 움직일 수 있지만 전체 바둑판의 형세를 파악하는 능력은 아직 없다. 알파고 자신이 승기를 잡았는지, 상대가 어떤 수를 감춘 채 ‘응전’하고 있는지를 읽어낼 ‘직관’은 없는 셈이다.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바시스는 이날 이 9단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사의 직관을 얼마나 모방할 수 있는지가 알파고가 직면한 큰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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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아직 이 9단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더 높지만 ‘인공지능의 발전’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 알파고는 (이 9단과의 대국으로) 더 강해질 것이고, 앞으로 재대결을 벌인다면 승부는 더욱 예측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국을 인공지능의 역할과 발전에 관심을 쏟는 계기로 삼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IBM은 지난해 미국 암센터들과 협력을 맺고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을 폐암이나 백혈병 진단 및 치료법 탐색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 국내·외에서 인공지능을 로봇에 탑재해 개인 맞춤형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개인의 자산 관리를 돕는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er) 기술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이세돌 9단 VS 알파고 비교

이세돌 알파고
프로 9단 바둑 급수 아마추어 5~6단(추정)
33세 나이 100개월 미만(개발 이후)
1만 게임 경험 10만 게임
-컴퓨터는 가지지 못한 직관으로 전체 형세 파악
-창의적인 수, 변화무쌍한 기풍 보유
장점 <장점>
-3,000만 개 기보 데이터 입력, 가치망·정책망 네트워크로 승률 높은 지점에 착수
-지치지 않는 무한 체력, 경기 도중에도 데이터 분석
-유한한 체력, 심리적 요인 영향 단점 -판세를 읽고 대처하는 능력 없음


◇이세돌 9단 VS 알파고 대국 개요

대국 일정 9, 10, 12, 13, 15 총 5번
경기 방식 중국식(백 기사에게 7.5집)
승패 결정 5전 모두 겨뤄 승패 겨룸
제한시간·초읽기 2시간,·1분 초읽기 3회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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