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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챔피언 이세돌 "긴장해야. 5대 0까지는 아닐 수도 있어"

이세돌(오른쪽) 9단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 참석해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과 악수하고 있다./권욱기자이세돌(오른쪽) 9단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 참석해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과 악수하고 있다./권욱기자




이세돌(왼쪽) 9단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밝게 웃고 있다. /권욱기자이세돌(왼쪽) 9단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밝게 웃고 있다. /권욱기자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세기의 대결을 하루 앞두고 이세돌 9단이 “긴장해야 할 것 같다. 5대 0(완승)까지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승률을 낮췄다. 또 언젠가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패배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9단은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의 직관과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 같다”며 “한 판이라도 인간적인 실수가 나오면 패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 22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5번의 대국에서 모두 이기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던 이 9단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건 이날 간담회에서 인간의 직관에 해당하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다. ‘10의 170승’에 달할 정도로 많은 수를 가지고 있는 바둑에서 승리의 동력은 직관의 영역인데 인공지능인 알파고도 어느 정도 접근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 9단은 “직관, 판단력 등 감각적인 부분을 알파고가 100% 구현한 것은 아니지만 70∼80% 구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는 알파고의 기술과 원리를 설명하면서 “인간의 강점인 직관에서 밀리지 않게 개발한 것이 ‘신경망 접근방식’”이라며 “알파고는 수의 위치를 계산해 탐색의 범위를 좁히고 승률을 계산해 탐색의 깊이를 좁혀 인간의 직관력을 모방한다”고 밝혔다. 설명을 들은 이 9단은 “컴퓨터는 (바둑을 둘 때) 100만 수, 1,000만 수를 계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의 폭을 훨씬 줄였다”며 “그렇다면 (승리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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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지난해 판후이 2단과의 대국 이후 많은 업그레이드를 거쳐 강해졌다는 평가다. 하사비스 CEO는 “자가학습으로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했고 알파고는 더 강력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 9단은 “당시 판후이와의 대국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아마추어 최고 수준이었다”며 “당시에는 프로라고 보기에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이 업그레이드가 됐을 것”이라고 상대를 높이 평가했다.

이 9단은 “연산적인 부분에서는 알파고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한 판이라도 인간적인 실수가 나오면 패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는 상대방의 기운을 직접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가상훈련을 하루에 1∼2시간씩 진행하기도 했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최대 강점은 피로하지 않고 절대 겁먹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 9단도 인간이라면 긴장하겠지만 알파고에게는 그럴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서도 성장해야 한다”며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이기고 인간이 패배하겠지만 바둑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은 “이번 대국의 승패와 관계없이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과 인공지능 간에 둘 중 하나가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인간이 지더라도 인간의 창조물이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인류의 승리라고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파고 개발 책임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교수는 이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인공지능을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딥블루가 AI 연구의 원동력이 됐다면 알파고는 AI가 의학, 보건 등 다른 산업으로 확장해 결국 인간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내 언론 외에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300여명의 외신 기자가 몰려 인간과 인공지능의 싸움(‘World Champion vs AI’)결과를 예측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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