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퍼스트 펭귄


얼마 전 TV에서 남극대륙에 사는 황제펭귄 가족의 이야기를 감동 깊게 본 적이 있다. 또래에 비해 허약했던 막내 펭귄이 갖은 고난을 딛고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한편의 성장 드라마였다. 막내 펭귄이 갈매기에 목덜미를 물려 죽을 뻔했던 장면이나 부모가 떠나간 후 길을 나섰다가 실수로 바다에 빠져 물범의 먹이가 될 위기에 몰렸을 때에는 한참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내 펭귄은 결국 또래 펭귄들이 주저하는 와중에 가장 먼저 용감하게 바다에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을 뒤따르게 만드는 선구자 역할을 해낸다. 영하 37도에서 지내는 펭귄은 사실 바닷물을 아주 무서워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펭귄이 천적까지 득실거리는 거칠고 위험한 바다에 도전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랜디 포시 미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평소 자신의 수업을 듣는 제자들에게 '퍼스트 펭귄 상'을 주었다고 한다. 비록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실패를 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시도해 승부수를 띄웠던 팀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포시 교수는 마지막 강의에서 "적이 잠복해 있을지 모를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 반드시 어느 누구는 퍼스트 펭귄이 돼야 한다"며 "경험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벽이 거기 서 있는 것은 가로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 서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퍼스트 펭귄'의 정신일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이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뭉친 '퍼스트 펭귄 기업'을 지원하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 사이에서 '퍼스트 펭귄상'을 만드는 곳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과 접전을 벌였던 인공지능 알파고도 과거에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퍼스트 펭귄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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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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