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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미·일·유럽 등 기술 이전 꽁꽁… ‘맨땅에 헤딩’식 우주 개발

전문가 초빙은 물론 유학도 어려워

1970년대 미국에 전폭 지원 받은 일본과 1960년대부터 ‘양탄일성’ 부르짖은 중국, 이미 멀리 달아나

미국, 유럽 등 그들끼리 카르텔 형성

한국은 경제 어려운 러시아와만 비공식 교류 중

1987년 미국 주도로 G7이 설립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는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역사에 재앙으로 작용했다. 미사일 확산 방지를 위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선진국들에 도움을 일절 요청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우주·항공 분야는 논문 발표나 특허도 없는 분야라 1989년에야 항우연을 설립한 우리나라는 ‘맨땅에 헤딩’ 식 도전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중국과 일본은 전혀 도와주지 않고, 미국도 한국에 로켓 산업 육성을 장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해외 유학파를 채용하기도 쉽지 않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이어 “항우연에 발사체와 우주센터 연구 부문에 300여 명의 연구원이 있는데 외국 전문가는 물론 로켓 관련 유학파도 없다”며 “한번은 연구원 한 명을 미국에 유학을 보냈더니 담당 교수가 전공을 발사체에서 인공위성으로 바꾸라고 권유하는 등 유색 인종은 접근이 어려운 게 항공·우주 분야”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은 1970년대 순수 우주개발용으로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심지어 미국이 수명이 다 된 공장까지 뜯어다 일본에 그대로 설치해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일본은 지금 로켓 추진체 연료로 한국이 쓰는 케로신보다 효율이 더 뛰어난 액체수소를 쓸 정도로 기술이 좋다. 이 부분에서는 케로신과 액체수소를 병행하는 미국, 러시아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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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마오쩌둥 시대인 1950년대부터 양탄일성(원자폭탄·수소폭탄과 인공위성) 전략을 추진할 정도로 우주 개발 역사가 오래됐다. 특히 미국에서 로켓 관련 공학을 전공한 첸쉐썬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기술 자립화에 성공했다. 자체 우주정거장을 2020년에 완성하고 세계 최초의 달 뒷면 탐사까지 꿈꾸는 상황이다. 다만 전기전자 부문 기술이 아직 약하고 로켓 주력 연료로 효율이 낮은 하이드라진을 사용하고 있어 미국·유럽·일본과는 기술 격차가 있다. 조 원장은 “중국 우주산업의 질적 수준은 미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차라리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일본의 기술 수준이 중국보다 낫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MTCR 이후 기술 교류는 세계 우주 기술 ‘빅5’로 꼽히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간 ‘그들만의 리그’로 좁혀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미국이 일본의 연료 복합체를 사다 쓰거나 러시아의 엔진을 구매하는 식이다. 일종의 작은 카르텔이다.

그는 “그나마 한국에 도움이 되는 국가는 의외로 러시아”라고 소개했다. 최근 러시아 경제가 기울면서 MTCR에 저촉이 안 되는 범위 내에서는 적극 협력을 꾀하는 상황이다. 2013년 전남 고흥에서 발사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바 있다. 조 원장은 “나로호 발사 실패 이후에도 러시아에서 부품·기술·지상설비 등 수출 통제에서 벗어난 물품을 사오는 것을 비롯해 러시아도 우리 산업체 개발품을 사가기도 한다”며 “연구원들이 개인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공식적으로 꾸준히 접촉하면서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려 한다”고 전했다. /대전=윤경환기자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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