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시내면세점 혼돈 속으로] "추가면허 어떻게…" 면세점 개선안 싸고 기존-신규 사업자 충돌

신규사 "특허 매각할 판"… 구인난에 명품협상 중단

기존사 "특허권 추가건만 배제 땐 이중 피해" 반발

"피해 구제보단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모색해야"

2016년 2월 11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1)
서울 시내면세점의 추가 특허 가능성을 둘러싸고 최근 면세점 업계의 내홍이 가열되고 있다. 오는 6월 문을 닫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유커 등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쇼핑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면세점

면세점 업계가 정부의 면세제도 개선안을 둘러싸고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개선안에 신규 진입 장벽이 낮춰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허권을 빼앗겼지만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 롯데·SK 등 기존 업체와 특허권을 따고 이제 막 발걸음을 떼려다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신세계·두산·한화 등 신규 업체들이 첨예하게 맞선 양상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인력난이 심해지고 명품 유치에 더 난항을 겪는 등 벌써부터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묘수는 물론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글로벌 면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중장기적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로 가세한 신라아이파크·갤러리아면세점63·SM·신세계·두산 등 5개 면세점들은 이번 정책으로 원점에서 특허 갱신을 결정하겠다던 정부 입장에 변화가 올 경우 수천억원대 투자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추가 면허 가능성은 신규 업체들에 이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문을 닫게 된 업체들이 고용난을 호소했다면 이제는 신규업체들이 구인난을 겪는 실정이다. 추가 면허 가능성에 기존 인력이 이동을 멈추면서 경력자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브랜드 용역업체 소속 판매 사원들인 면세 인력은 중국어 특기와 상당한 영업력 등이 요구돼 단기간 육성하기 힘든 고급 판매인력으로 분류된다. 실제 올 5월께 문을 여는 두산 면세점은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과 자체 인력 인수 협상을 진행해왔다. 또 명품 업체들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면서 명품 브랜드와의 입점 협상도 사실상 유보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문을 열지 못한 업체를 중심으로 인력난이 가중되는데다 '그랜드 오픈'에 맞춰 명품을 확보해 여론몰이를 하려 했던 영업 전략도 난맥에 빠졌다"며 "신규 업체의 영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일로"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시내 면세점 특허권이 6개에서 9개로 50% 늘어난 가운데 탈락한 기존 사업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면 결국 특허권을 포기, 매각하는 신규 업체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김낙회 관세청장과 8개 면세점 사업자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도 신규 특허 발급 가능성을 놓고 신규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 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면세점 대표들은 정부 정책의 향방에 따라 성명 발표 등 공동 대응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오는 5~6월 문을 닫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은 이번 정책에 기존 업체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이중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개선안에서 특허기간 연장, 자동 갱신 등 각종 제도가 완화되는 반면 특허권 추가 건만 배제된다면 신규 업체들의 영업권만 보전해주는 모양새가 된다는 항변이다. 한 관계자는 "관광 경쟁력이 정부 정책의 출발점이라면 시장의 자율경쟁 측면에서 기존 업체들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갔고 워커힐면세점도 2013년 SK네트웍스에 인수된 이래 업계 평균 두 배 가까이 신장했다. 이들은 각각 면세점 이전과 사업장 확대 등을 위해 1,000억~3,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투자비도 뽑지 못한 채 문을 닫아야 한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면세점 입지를 옮기면서 아예 이전 특허를 밟았고 워커힐 면세점 역시 당국과의 '스킨십'하에 사업장 면적을 두 배로 늘리는 공사를 진행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면세점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갱신 조건이나 신규 사업자 선발 기준 등도 투명하게 공개해 업계의 불안감 및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특히 잘못된 정책의 첫 단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일부 업체의 피해 및 구제 여부에 집중하기보다는 외국인의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업계만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 정책이 업계를 선도해야 한다"며 "여론이나 일부 업체의 논리에 좌우되는 대신 '관광 한국'의 대계를 높일 수 있도록 큰 그림을 보고 명확한 근거에 따라 정책을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윤경환·박윤선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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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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